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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

by 이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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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2018)은 하나의 자막을 보여주며 막을 연다.


"1997년 전담반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이 3천5백만 달러에 소비에트 잠수함을 사려는 계획을 알아냈다. 요원들은 이 일의 배후가 러시아 갱 '타잔'이라 짐작했다. 그 짐작은 틀렸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정부는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콜롬비아인 밀수꾼들이 러시아 조직과 손잡고 마약 자금을 모아서 구소련의 무기를 들여오면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여 전담반을 구성한다. FBI,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 관세청, 이민국, 해안경비대 등 여러 법 집행 기관이 모인 전담반은 '오데사 작전'을 계획한다.


마약 사건 사기극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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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범죄 다큐멘터리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은 전담반이 펼친 작전명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영화는 플로리다에서 활동한 러시아 갱 루트비히 파인베르크(일명 타잔으로 불림), 마이애미의 사업가 후안 알메이다, 쿠바 태생의 마약상 넬손 '토니' 예스트르가 연루된 '러시아 잠수함과 콜롬비아 마약이 연결된 사건'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미국에서 마약 사건은 흔하건만 이들의 사연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타잔, 후안, 토니 세 사람은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인 칼리 카르텔에게 마약 운반을 위한 수단으로 구소련의 잠수함을 팔아넘기는 엄청난 판을 벌였다. 이들은 칼리 카르텔이 잠수함 거래를 위해 건넨 돈을 가로챌 결심을 한다. 그리고 사기극은 멋지게 성공했다.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은 타잔, 후안, 토니 등 잠수함 거래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과 주변 사람들. '오데사 작전'에 참여한 마약단속국 책임 특수요원, 연방 검사, 연방보안관, FBI 비밀요원과 나눈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을 회상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타잔, 후안, 토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짜 일어난 게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황당무계하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크게 한 건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타잔과 후안은 러시아로 건너가 오토바이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미국으로 가져온다. 토니와 만나면서 이들의 밀수 사업은 더욱 커진다. 콜롬비아 마약 조직에 운송 수단으로 구소련의 군용 헬리콥터를 대량으로 판매한다.


그 무렵 러시아는 법과 질서가 무너진 시기라 책임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오토바이, 군용 헬리콥터, 나아가 잠수함과 핵무기까지 구매가 가능했던 상황이다. 돈만 주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슈퍼마켓과 다름없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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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은 화려한 구성, 현란한 편집,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케이퍼 무비'를 연상케 할 정도다. 오프닝 화면에 삽입된 스콜피언스의 <윈드 오브 체인지>는 구소련의 붕괴를 반영한 선곡이다. 엔딩 크레딧에 '아이스 아이스 베이비'가 들리는 이유는 타잔에게 후안을 소개한 이가 래퍼 바닐라 아이스였기 때문이다.


분명 콜롬비아 마약 밀매 조직에 구소련의 잠수함을 판다고 사기를 친 일당의 이야기 자체가 힘이 넘친다. 더욱이 실화가 아닌가.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선사하는 매력이 강하다. 그러나 의구심 역시 지우기 힘들다.


영화에서 토니는 영화 <스카페이스>의 주인공이었던 쿠바 출신의 갱 '토니 몬타나'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도 똑같이 토니이고 플로리다로 건너와서 마약 거래와 살인을 일삼은 점도 같다. 그들은 마약과 살인이 미국 사회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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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에게 '토니 몬타나'가 겹쳐지는 것처럼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은 1990년대의 정치, 사회적 혼란과 실패한 마약 전쟁을 거울처럼 비춘다. '오데사 작전'에서 잠수함 거래가 실패한 것은 전담반의 성과라기보단 사기를 친 결과이다.


미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콜롬비아 등에서 강력한 마약 전쟁을 벌였지만, 여전히 코카인 수입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의 전문가들은 "마약 전쟁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오데사 작전'을 벌인 요원들의 짐작이 '틀렸다'는 영화의 설명은 마약 전쟁의 첫 단추가 실패했음을 은유하는 셈이다.


타잔, 후안, 토니가 사회의 가장 좀먹는 문제 중 하나인 마약 사건을 흡사 무용담을 들려주는 태도로 임하는 걸 그저 유쾌하게 보기는 어렵다. 이들로 인해 삶이 망가진 희생자들이 많지 않은가. "아무도 감옥에 안 갔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타잔을 보노라면 살짝 화도 치민다.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불편하다. <작전명 오데사: 희대의 사기꾼>는 진짜이기에 재미있고, 실제라서 씁쓸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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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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