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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May 01. 2020

영화 리뷰 <익스트랙션>

할리우드 리얼 액션의 계보를 잇는 '스트리밍 블록버스터'


인도 마약 조직 보스의 아들인 오비(루드왁 자스왈 분)가 라이벌인 방글라데시 마약 조직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들을 구하라는 보스의 명령을 받은 사주(란디프 후다 분)는 구출 작전에 닉(골쉬프테 파라하니 분)이 이끄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들을 고용한다. 닉은 타일러(크리스 헴스워스 분)의 팀을 방글라데시의 다카로 보낸다.


타일러의 팀은 방글라데시의 마약왕 아미르(프리얀슈 패인율리 분)의 본거지에서 오비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존재의 공격을 받으며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 하게 된다. 아미르가 봉쇄한 도시에 갇힌 타일러와 오비는 자신들을 쫓는 범죄 조직원, 경찰, 군대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영화 <익스트랙션>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용병이 의뢰인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거대 범죄 조직과 맞서는 구출극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앤디 팍스, 조 루소, 앤소니 루소의 그래픽 노블 <사우다드>(2014년 발간)를 원작으로 한다.


조 루소와 앤소니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을 연출자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그래픽 노블의 성공적인 영상화를 위해 각본과 제작을 직접 맡았다.


영화의 메가폰은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잡았다. 샘 하그레이브는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아토믹 블론드>(2017), <데드풀 2>(2018) 등 액션 영화뿐만 아니라 루소 형제가 연출한 마블 작품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 '액션 코디네이터(액션 설계를 책임지는 사람)'로 참여했다.

 


루소 형제가 제작을 맡은 <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2019)과 <익스트랙션>은 비교해봄 직한 면들이 많다. 두 영화는 공히 '봉쇄 상황'을 주목한다. <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에선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경찰 연쇄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잡기 위해 형사 데이비스(채드윅 보스만 분)가 맨해튼과 연결된 21개 다리를 막았다. <익스트랙션>은 타일러를 잡기 위해 방글라데시 마약왕 아미르가 도시 다카를 봉쇄한다. 흥미롭게도 두 영화 속 주인공의 처지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로 상반된다.


영화를 통해 현실을 은유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은 봉쇄된 상황을 빌려 미국 사회의 인종 갈등을 다루었다. <익스트랙션>은 방글라데시의 빈곤한 상황, 부패한 정부, 총을 든 아이들 등 약하게나마 현실 세계를 비판한다. 루소 형제가 단순히 장르적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메시지도 중요시함을 느낄 수 있다.


<익스트랙션>은 <존 윅> 시리즈와 <아토믹 블론드>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리얼 액션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영화엔 카체이싱, 총격전, 맨몸격투 등 거칠고 창의적인 액션 시퀀스가 가득하다. 적과 맞서는 주인공을 옆에서 지켜보듯 따라붙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흡사 1인칭 비디오게임을 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익스트랙션>의 여러 액션 시퀀스에서 백미는 12분 가량의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다. 카체이싱, 건물추격전, 총격전, 칼싸움, 맨몸격투로 이어지는 이 장면은 액션 설계도 일품이지만, <1917>(2019)을 연상케 하는 편집 기술과 공간의 안과 바깥을 넘나드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실로 놀랍다. <존 윅> 시리즈나 <아토믹 블론드>에서도 등장한 바 있는 롱테이크 액션 시퀀스는 짧은 편집이나 CG로 만든 액션 영화들을 향해 날것의 액션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주연을 맡은 크리스 헴스워스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토르'로 대중에 알려졌다. 그러나 출연작을 살펴보면 장르와 캐릭터가 무척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그는 드라마 <러시: 더 라이벌>(2013), 호러 <케빈 인 더 우즈>(2012), 코미디 <고스트버스터즈>(2016), 스릴러 <블랙코드>(2015), 판타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 전쟁 <12 솔져스>(2018), SF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2019) 등으로 끊임없이 장르적 변신을 꾀했다. <익스트랙션>은 크리스 헴스워스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액션 영화에 던진 도전장과 다름없다. 그리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반면에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났다.


많은 이가 액션 영화에 목말라하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공개한 '스트리밍 액션 블록버스터' <익스트랙션>은 갈증을 해소해준다. 평면적인 악당, 예측 가능한 플롯, 약한 감정선 등 약점 따윈 화끈한 액션으로 모조리 날려버린다. 이런 근사한 액션 영화를 TV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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