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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May 01. 2020

영화 리뷰 <마이 스파이>

감시·도청하다가 어린 소녀에게 들킨 남자... 유쾌한 코미디


뭐든지 파괴하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CIA 요원 JJ(데이브 바티스타 분). 그는 핵무기 밀매 집단의 정보를 캐내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조직원을 모조리 죽이는 바람에 작전은 실패로 끝난다. 화가 난 CIA 보스 킴(켄 정 분)는 JJ에게 조직에 침투하는 스파이가 아닌, 불법 핵무기 거래 조직 보스의 가족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긴다.


뛰어난 해킹 실력은 있지만, 현장 경험은 없는 바비(크리스틴 스칼 분)와 감시 임무에 투입된 JJ. 두 사람은 감시를 위한 카메라와 도청 장비를 설치했다가 그만 감시 대상인 9살 소녀 소피(클로에 콜맨 분)에게 들키는 대형 사고를 저지른다. 이 사실이 알려져 경력이 끝장날 것을 우려한 JJ는 자신에게 협력하라는 소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과거 미국 프로레슬링의 몇몇 유명 선수가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으나 성적표는 안 좋았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상징과도 같은 헐크 호건이 주연을 맡은 영화 <죽느냐 사느냐>(1989), <우주에서 온 사나이>(1991), <헐크 호건의 썬더볼트>(1994)는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21차례 챔피언을 지낸 전설 로디 파이퍼는 <화성인 지구 정복>(1988)로 주목을 받았으나, 할리우드 A급 스타에 오르진 못했다.


요즘의 상황은 다르다. 링네임 '더 락'으로 알려진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 <쥬만지> 시리즈, <샌 안드레아스>(2015), <스카이스크래퍼>(2018) 등 잇따른 흥행작을 내놓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높은 영화 출연 수입을 자랑하는 스타로 올라섰다.


B급 액션물로 시작한 존 시나는 어느새 초대형 블록버스터 <범블비>(2018),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텀>(2021)에 이름을 올리는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프로레슬링 출신 스타가 있다. 바로 WWE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데이브 바티스타다.


데이브 바티스타가 주연한 영화 <마이 스파이>는 스파이 JJ가 남다른 능력치의 감시 대상 소피를 만나면서 임무가 엉망진창으로 꼬이는 상황을 담은 코믹 스파이물이다. 연출은 <성질 죽이기>(2003), <첫 키스만 50번째>(2004), <롱기스트 야드>(2005) 등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피터 시걸 감독이 맡았다.


<겟 스마트>(2008)에서 황당한 비밀 요원을 소재로 삼은 바 있는 피터 시걸 감독이 다시금 코믹 스파이물에 이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여러 각본을 봤는데 흔한 팝콘 무비였다. 하지만, <마이 스파이>는 달랐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놀랄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초대형 액션 영화에선 상상하지 못하는 코미디부터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부 담았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한다.  



거대한 근육질 남성과 어린 아이의 좌충우돌 대립 상황은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다룬 단골 메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1991), 빈 디젤의 <패시파이어>(2005), 드웨인 존슨의 <미스터 이빨 요정>(2010) 등이 유명하다. 존 시나는 <플레잉 위드 파이어>(2019)를 선보였다.


<마이 스파이>는 귀여운 아이(들), 낯선 환경에 놓인 근육남, 약간의 로맨스, 가족 영화의 훈훈함 등 앞선 작품들과 전개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새로움은 덜하다. 영화를 살려주는 힘은 케미스트리에 있다. 영화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캐릭터의 구도를 JJ와 소피, JJ와 바비 두 개로 만들었다.


JJ는 마음을 여는 데 서툴다. 그런 그가 자신과 다른 소피와 그녀의 엄마를 만나며 가족을 이루는 꿈을 꾸게 된다. 바비는 JJ로부터 당당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JJ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한 단계 성장한다. 데이브 바티스타는 "이번 작품은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두 사람의 케미가 잘 드러난다. 관객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미를 주는 또 다른 요소는 다양한 영화의 인용이다. <마이 스파이>는 <아이언맨 2>(2010)에서 미키 루크가 연기한 러시아 억양을 비롯하여 <노팅 힐>(1999),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 <슈렉 2>(2004), <미션 임파서블>(1996) 등 여러 영화에서 가져온 대사, 상황, 배우를 활용한 메타유머로 가득하다.


의외의 장면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를테면 JJ가 작전을 수행하며 이런저런 음악을 틀다가 고른 의외의 노래가 그렇다. 마치 <레옹>(1995)처럼 소피를 스파이로 훈련시켜주는 장면도 재미있다. 데이브 바티스타의 현란한 댄스 실력(실제로 그는 브레이크 댄서 출신이라고 한다)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마이 스파이>는 그간 피터 시걸 감독이 만들었던 코미디 영화들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코믹 스파이물의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한다. 데이브 바티스타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드렉스로 주가를 올렸지만, < 007 스펙터 >(2015),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호텔 아르테미스>(2018) 등 굵직한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히 다지는 중이다.


데이브 바티스타가 드웨인 존슨의 뒤를 잇는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의 A급 배우가 될 것인가? 아직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데이브 바티스타가 드웨인 존슨의 걸었던 배우의 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마이 스파이>가 청신호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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