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있는 동생 마유미(사쿠라 마나 분)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오빠 켄지(마사오 하야테 분)가 조사에 나선다. 마유미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한 유흥업소 '시크릿 트레저'에 간 켄지는 그곳의 사장으로부터 리더 반딘스키(커크 가이거 분)의 지휘 아래 인터넷에 스너프필름을 올리는 조직 '캐피털 메시아'에 동생이 납치되었다는 이야길 듣는다. 켄지는 과거 캐피털 메시아에 납치되었다가 간신히 탈출했던 케이코(아사미 분)의 도움을 받아 텍사스에 있는 조직의 본거지로 향한다.
<가라데로 죽여라>는 영화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면 영화 내용 역시 좋아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과거 직접 그렸던 극장 간판을 연상케 하는 <가라데로 죽여라>의 포스터는 1960년대~1970년대 유행한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폭력, 마약, 섹스, 유혈, 공포 등 자극적 요소를 기반으로 제작한 저예산 B급 영화 장르)'에 속한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무술 '가라데'를 활용한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의 일본식 해석인 셈이다.
<가라데로 죽여라>의 연출은 미드 <어글리 베티> 시리즈와 <히어로즈> 시리즈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 계보에 해당하는 영화 <사무라이 어벤저>(2009), <건우먼>(2014)을 연출한 미츠다케 쿠란도가 맡았다. 그는 2014년에 <가라데로 죽여라>의 연출을 제안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2014년 <데인저 돌스>(2014)로 제24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한 제작자 쿠보 나오키는 함께 온 출연배우 마사오 하야테가 20년 이상 가라데를 수련한 사실을 알고 바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오프시어터 경쟁 부문에 오른 <건우먼>의 미츠다케 쿠란도 감독에게 가라데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가라데로 죽여라>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가라데와 복수극을 기반으로 일본 갱스터와 인종차별주의자가 악당으로 나오는 <가라데로 죽여라>의 각본은 미츠다케 쿠란도 감독이 썼다. 대부분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과 마찬가지로 <가라데로 죽여라>의 각본은 조악하다. 복수극으로서 새로운 것이 없거니와 여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가라데 고수가 된 켄지, 무슨 목적을 가진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조직 캐피털 메시아 등 캐릭터와 설정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특히 케이코는 켄지가 총알을 피하는 훈련(총으로 무장한 적들에게 굳이 가라데로 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과 정사 장면을 위해 등장할 뿐이다. 이렇듯 모든 전개엔 예전 비디오 대여점에서 흔히 접하던 B급 액션영화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가라데로 죽여라>는 저예산으로 만든 액션 영화다. 하지만, 액션 장면의 구성만큼은 싸구려로 치부하면 안 된다. 영화는 동생이 머물던 아파트에서의 일대일 격투 장면, 유흥업소 '시크릿 트레저'에서 일본 갱스터와 싸움 장면, 달리는 트레일러 안에서의 대결 장면, 마지막 캐피털 메시아 본부에서의 한판 승부 장면을 가라데, 파쿠르, 총과 칼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 스타일로 구성했다.
주연 배우인 마사오 하야테는 실제 가라데와 파쿠르의 고수답게 편집의 힘을 빌리지 않은, '리얼 액션'을 '롱테이크'로 선보인다. 그의 액션은 <옹박>(2003)의 토니 자, <레이드: 첫 번째 습격>의 이코 우웨이스와 같은 진짜의 맛이 있다. 다만, 연기력은 턱없이 미숙하다. 일본 액션 영화의 스타인 치바 신이치, 시호미 에츠코, 쿠리타 야스야키, 사나다 히로유키 등을 잇는 배우로 기대하긴 힘들다.
<가라데로 죽여라>는 촬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영화에서 두 번 나오는 카메라가 상하로 천천히 움직이며 360도 회전하는 장면은 기이함을 자아낸다. 캐피털 메시아가 범죄를 저지를 적에 고프로를 장착시켜 화면의 단조로움을 탈피한다. 이런 독특한 촬영 스타일은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일정 부분 만회하는 효과를 거둔다.
<가라데로 죽여라>엔 일본 AV 스타 사쿠라 마나와 아사미가 등장한다. 미츠다케 쿠란도 감독의 전작 <건우먼>의 주연이기도 했던 아사미는 <가라데로 죽여라>에서 <피터팬>의 후크 선장처럼 한손에 갈고리를 단 케이코로 분한다. 그녀는 (과거 <화평본위>로 소개된) <주윤발의 강호지존>(1995)의 아평(주윤발 분)처럼 긴 코트를 입고 총을 든 채로 <플래닛 테러>(2007)의 주인공 로즈 맥고완(체리 달링 분)처럼 맹활약한다. 혹시 아사미의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구치 노보루 감독의 <스케반 보이>(2006), <머신 걸>(2008), <로보게이샤>(2009), <가라테 로봇>(2011)을 추천한다. 물론, A급 완성도는 절대 아니다.
반딘스키의 측근으로 한쪽 눈에 안대를 한, 누가 보아도 <애꾸라 불린 여자>(1974)와 <킬 빌>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시노마 역은 카타리나 워터스가 맡았다. 과거 '케이티 리'란 링네임으로 활동했기에 2000년대 WWE를 본 시청자라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가라데로 죽여라>는 지금의 '정치적 올바름' 시각으로 본다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여성 캐릭터는 폭력과 노출에 가학적으로 소비할 따름이다. 귀를 잡아 뜯어 술잔에 던지거나 머리에 총을 겨눠 날려버리는 등 폭력의 수위도 상당하다. 우리나라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납치 감금, 신체 상해, 총기 자살 등 거칠고 자극적인 폭력의 장면들이 다수 나온다"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주었다.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은 모두를 위한 장르가 아니다. 소수의 관객층을 겨냥하고 만든 영화다. <가라데로 죽여라>는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의 팬들을 위한 선물이자 1970~1980년대 미국, 홍콩, 대만, 일본 액션 영화에 바치는 존경이다. 이젠 자취를 감춘 동시 상영관이 지금까지 존재한다면 분명 <가라데로 죽여라>를 틀었을 것이다. 허름한 상영시설에서 일부 팬들끼리 유치한 맛에 보기에는 안성맞춤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