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 우(유덕화 분)는 새로운 영화 계약 후 제작자와 함께 클럽에 들렀다가 경찰을 사칭한 화즈(왕천원 분) 일당에게 납치당한다. 유괴범들의 은신처로 끌려간 우는 또 다른 인질을 만난다. 우는 화즈에게 자신과 또 다른 인질을 살려주면 몸값으로 300만 위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납치된 우의 행방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 사건이 최근 벌어진 쿵씨 형제 납치 사건과 동일한 수법임을 알게 된다.
2004년 베이징 산리툰 지역의 술집에서 벌어진 인기 배우 오약보 납치 사건은 중화권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다행히 납치된 지 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출되었다.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는 이 사건을 기반으로 삼되 일부는 각색한 작품이다. 연출과 각본은 성룡과 <대병소장>(2009), <폴리스 스토리 2014>(2013), <레일로드 워>(2016)를 작업하고, <영웅본색>(1987)을 재해석한 <영웅본색 4>(2017)를 만든 딩성 감독이 맡았다.
중화권에선 많은 사람이 배우 오약보 납치 사건이 어떻게 끝났는지 알고 있다. 사건의 내용도 배우 납치, 몸값 요구, 경찰 조사, 유괴범 체포가 전부다. 딩성 감독은 실제 납치 사건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영화적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하기 위해 몇 가지 연출법을 활용한다.
첫째,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는 '편집'을 쓴다. <세이빙 미스터 우>는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거나 중간에 플래시백을 넣는 일반적 플롯이 아니다. 쉴 새 없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는 비선형적인 플롯이다. 처음에 납치 사건 발생을 보여준 후 '사건 발생 20일 전', '사건 발생 1일 전', '사건 발생 2시간 후', '사건 발생 25일 전' 등으로 전개되는 식이다. 덕분에 영화엔 속도감과 긴장감이 더해졌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는 통에 혼란스럽다고 느낄 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둘째, 배우의 '페르소나' 활용이다. 우 역할을 맡은 유덕화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숱한 액션 영화와 도박 영화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러나 <세이빙 미스터 우>에선 다르다. 일당백으로 맞서는 액션 영화의 영웅은 사라졌다. 도박에 젬병이라 납치범들에게 <도신-정전자>(1989) 출연 배우가 맞는지 타박까지 듣는 상황이다. 이런 우의 모습은 액션 스타 장 클로드 반담이 은행 강도에게 인질로 잡히는 상황을 그린 < JCVD >를 연상케 한다.
셋째, '캐스팅'의 힘이다. 유덕화의 연기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는 겁에 질린 상태에서도 다른 인질의 안전을 걱정하고 도와주고자 노력하는 우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한다. 불안에 떠는 다른 인질을 안심시키기 위해 우가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따뜻한 순간이다. 프로 정신도 대단해서 목을 졸리는 장면에선 상대방에게 진짜로 하라고 요구하고 좁은 공간에서 진짜 쇠사슬에 묶인 채로 매일 10시간 가까이 연기했다고 한다.
납치범 일당의 대장으로 나오는 화즈 역으로 분한 왕천원은 <세이빙 미스터 우>의 진짜 보석과도 같다. 그는 다양한 감정을 넘나드는 화즈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왕천원의 화즈와 유덕화의 우가 나누는 대화는 영화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다.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동질감이 함께 흐르기 때문이다.
넷째, 사건의 주인공인 배우 '오약보'의 출연이다. 오약보는 10년 전 경찰에 이야기했을 때 외엔 사건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 심리적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처음에 오약보는 주인공 우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한 이유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대신에 그는 강력반 형사 중 한 명으로 나온다.
<세이빙 미스터 우>의 중국 제목은 <해구오선생(解救吾先生)>으로 '오 선생을 구출하다'란 뜻이다. 참고로 극 중 주인공인 우(吾)와 오약보(吴若甫)의 성은 똑같이 '우(Wu)'로 발음한다. 그런데 유덕화가 싱가포르의 한 매체와 나눈 인터뷰를 보면 영화의 제목에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덕화는 제작진이 '나' 또는 '당신'을 의미하는 '오(吾)'를 사용함으로써 배우 오약보가 납치 사건의 상처로부터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힌다.
8월 개봉 예정인 황정민 주연의 <인질>은 <세이빙 미스터 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영화다. <세이빙 미스터 우>가 보여준 여러 시간을 오가는 편집, 배우의 페르소나 활용 등 장점이 <인질>에 어떤 형태로 이식되었을지, 새로운 연출법을 꾀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다른 출연진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걸 보면 납치범 일당 대장으로 나오는 배우가 히든카드인 모양이다. 왕천원처럼 미친 존재감을 내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