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단평

영화 단평 <무수단>

비무장지대와 괴물 '무수단'

by 이학후


구모 감독의 전작이었던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가 함량 미달이었기에 <무수단>에 대해 1g의 기대도 하지 않았다. <무수단>을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의 후속담으로 풀었거나, 또는 같은 이야기의 다른 판본인가 정도가 궁금했을 따름이다. 예고편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런 예상을 일정 부분 굳히게 하였다.


<무수단>은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와 거리가 멀다. 똑같이 비무장지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었지만 장르의 색채는 전혀 다르다.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는 예상치 못했던 사건과 맞닥뜨리면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실험장에 가깝고, <무수단>은 비무장지대를 활개 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쫓는 남과 북의 군인을 그린다.


<무수단>은 <프레데터>와 <에이리언>, 그리고 <괴물>(봉준호가 아닌 존 카펜터의 영화를 말한다) 등의 영향권에 속해 있다. 장르의 관습을 충실하게 따르는 <무수단>은 기대보다 괜찮은 면이 많다. 저예산 영화라는 태생을 지녔기에 물량과 기술적인 한계는 초라한 편이다. 그러나 주어진 여건에서 추과 생존이란 장르의 재미를 제법 잘 끌어냈고, 배우들의 연기와 총격전의 리얼리티도 준수한 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구석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이 잉태한 '비무장지대'라는 공간이다. 영화 속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와 주변 열강이 형성한 힘겨루기의 축소판이다. 비무장지대에서 돌출한 영화 소재인 괴물 '무수단'은 남북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작금의 분위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2월 26일 CGV 왕십리, <무수단>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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