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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Feb 05. 2018

영화 리뷰 <베러 와치 아웃>

<나 홀로 집에>와 <나쁜 종자>가 만난 새로운 호러 영화


곧 이사를 하는 베이비시터 애슐리(올리비아 데종 분)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마지막으로 12살 소년 루크(리바이 밀러 분)를 돌봐주기로 한다. 이성으로서 애슐리에게 관심이 있던 루크는 아빠와 엄마가 없는 틈을 타 공포 영화, 와인, 촛불 등을 준비하고 환심을 사려 한다. 그런데 둘만 남겨진 집으로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배달되고 인터넷과 전화는 끊어진다. 날아든 벽돌엔 "떠나면 죽어"란 글이 적혀있다. 곧이어 마스크를 쓰고 산탄총을 든 남자가 집안에 침입한다.


평화로운 크리스마스에 피, 어두운 유머, 살인을 추가하여 공포를 극대화하는 제조법은 호러 영화에서 낯설지 않다. <블랙 크리스마스>(1974), <죽음의 밤>(1984), <그렘린>(1984)이 20세기의 크리스마스 호러로 알려졌다면 21세기엔 <산타 슬레이>(2005), <세인트>(2010), <산타를 보내드립니다>(2010), <크리스마스 호러 스토리>(2015), <크람푸스>(2015)를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베러 와치 아웃>은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삼은 호러 영화 계보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연출을 맡은 크리스 펙커버 감독은 신경외과 의사가 되려고 대학에 진학한 후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었던 꿈을 이루고자 영화감독의 길로 방향을 바꾼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의학도 출신답게 영화 연출을 "관객의 뇌에 수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관객들이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해서, 마치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독창성을 강조하는 크리스 펙커버 감독의 연출관은 <베러 와치 아웃>에 그대로 녹아있다. 영화는 <할로윈>(1978), <13일의 금요일>(1980) 같은 얼굴을 가린 살인마가 영화 속 등장인물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슬래셔 무비'의 전통에 충실하다. 하지만, 살인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절반 무렵부터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전개는 흘러간다. 짝사랑하는 대상에게 마음을 얻지 못한 루크가 친구 개럿(에드 옥슨볼드 분)와 함께 애슐리를 감금하고 괴롭히는 내용으로 변하며 플롯은 완전히 뒤틀린다.


금발 미녀, 무기를 든 살인마, 갇힌 공간 등 호러 영화의 관습을 따르다가 느닷없이 10대 소년들에게 생명을 위협받는 베이비시터로 노선을 바꾸는 <베러 와치 아웃>엔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명사인 <나 홀로 집에>의 영향이 깊숙이 배어있다. 평소 <나 홀로 집에>의 팬이었던 크리스 페코버 감독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12살 소년의 고정관념과 실제 현대 사회 속 12살 소년의 실체 사이의 간극에 착안해 루크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베러 와치 아웃>는 <나 홀로 집에>의 케빈(맥컬리 컬킨 분)을 19금 공포 영화 버전으로 재해석한다. 케빈이 도둑을 무찌르기 위해 설치한 부비트랩은 애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살인 도구로 변한다. 아이에겐 가학성과 잔혹성이 투영되어 12세 소년을 보는 시각은 '귀여운 악동'에서 '작은 괴물'로 완벽하게 뒤바뀐다.




<베러 와치 아웃>의 공간과 인물은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조심하는 게 좋아"란 의미의 <베러 와치 아웃>은 개봉 전 영화제 상영 시엔 <안전한 이웃>(Safe Neighborhood)이란 제목을 사용했다. <안전한 이웃>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조용하고 평범한 미국의 마을보다 위험한 곳은 없다는 영화 내용에 비추어본다면 집이 '안전하지 않다'는 반어적 의미로 다가온다. 평범한 이웃은 없다는, 즉 누구나 공격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의 살인 행각을 은폐하는 루크의 행동을 정치적 텍스트로 연결하면 "미국이 받은 테러의 증거는 조작된 건 아닌가?"로 읽을 수 있다. <베러 와치 아웃>은 영화로 미국의 '안전'을 비판한 셈이다.


<베러 와치 아웃>의 주인공 루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세상 어떤 무서운 짓보다 더한 행각을 일삼는 미치광이 이웃 소년이다. 루크는 폭력. 소유욕구, 성적욕망, 과시욕 등 빗나간 욕망을 분출한다. <베러 와치 아웃>이 던지는 "아이는 모두 착한가?"란 의문은 사이코패스 소녀를 다루었던 <나쁜 종자>(1956)의 질문과 맞닿는다.


2017년 할리우드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을 호러로 바꾼 <겟 아웃>과 <사랑의 블랙홀>(1993)의 설정을 10대 공포 영화의 문법에 결합한 <해피 데스데이>를 내놓았다. 그리고 <나 홀로 집에>와 <나쁜 종자>가 만난 <베러 와치 아웃>이 나타났다. 루크라는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와 기발함과 오싹함을 괴짜스럽게 섞은 <베러 와치 아웃>을 보며 1990년대 호러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스크림>(1996)이 떠올랐다. 할리우드는 <겟 아웃>, <해피 데스데이>, <베러 와치 아웃>으로 장르의 내일을 보여주고 있다.


20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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