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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후 Feb 07. 2018

영화 단평 <블랙 팬서>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 무비가 갖는 의미


마블 최초의 흑인 슈퍼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는 LA 폭동이 일어난 1992년에서 출발해 '온건'의 마틴 루터 킹과 '강경'의 말콤 엑스를 연상케 하는 구도, (미국의 국제 사회 개입이 떠오르는) 정치적 판단이 잉태한 괴물을 서사에 투영하여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아메리카, 닥터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등 다른 솔로 무비와는 다른 히어로를 만들었다. 할리우드의 흑인 영화를 대표하는 스파이크 리의 성과를 계승하는, 블록버스터의 자장 안에서 거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놀라운 성취다.


마블이 2017년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여성 캐릭터(발키리)를 강조하고, 2018년 <블랙 팬서>로 흑인(과 여성)을 주목한 건 시대 정신을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지금까지 이토록 많은 흑인들이 나온 블록버스터는 없었지 않나!


마블의 다음 솔로무비가 남녀가 동등한 <앤트맨과 와스프>이고 그 다음 주자가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인 <캡틴 마블>임을 기억하자. 상업적 노림수이든 아니든, 이런 정도까지 외연이 확장되었다는 결과 자체를 높이 산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연결하면 디즈니가 20세기의 유산인 거대 컨텐츠(마블)와 프랜차이즈(스타워즈)를 21세기의 눈높이에 맞게 어떻게 그려갈 것인가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빌 워>에서 리더격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분열 이후 <토르: 라그나로크>는 신화적 형태 안에서 리더의 자격을 이야기했다. 토르의 세익스피어적 가족 비극과 유사하지만, 블랙 무비의 그릇으로 가공한 <블랙 팬서>는 역사 안에서 지도자상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벽'을 넘고 함께 '다리'를 건너(영화 속에선 공간으로, 대사로 벽과 다리가 언급된다) 미국 사회, 나아가 세계에 만연한 혐오와 갈등을 딛고 일어서자고 외친다. 슈퍼 히어로 장르는 이렇게 한 계단 더 올라섰다.


2018년 2월 2일 CGV 용산 아이파크몰
<블랙 팬서> 언론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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