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는 마치 저 하늘의 별처럼 다채롭다. 본인이 하기 싫은 업무 떠넘기기부터 사적인 심부름시키기, 쓸데라고는 하나 없는 조언하기,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일처리하기 등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아마 쇼미더머니에 나온 래퍼라도 된 것처럼 순식간에 열댓 개는 나열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이거다. 상사의 아랫사람들은 이 스트레스들을 대체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아니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저 스트레스 생산기들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주는 게 좋을까?
오랜 직장생활을 해온 나 역시 ‘복수를 해야 하나? 아니면 참아야 하나?’ 고민하며 때로는 실제로 복수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때 느끼는 통쾌함은 비록 짧지만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안겨주더라. 실제로 온라인 리서치인 리서치패널 코리아 패널나우에서는 상사에게 하는 복수를 주제로 한 적이 있다. ‘내가 상사에게 하는 소심한 복수는?’ 이라는 질문으로 리서치를 실시했고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순위에 올랐다.
1위 인사 안 하기
2위 은근슬쩍 반말하기
3위 중요한 말 전달 안 하기
4위 술 마시고 꼬장 부리기
5위 한손으로 물건 건네기
6위 상사가 먹을 음식에 더러운 짓 하기
7위 연락 오면 씹기 or 말 걸면 못 들은 척 하기
어떤가? 제법 공감 가는 것들이 많지 않은가? 나는 이 결과지를 보면서 키득거렸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상사로서 후배들에게 저런 일을 겪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만약 후배로부터 저런 행동을 당했다면 어떨까? 후배에게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까? 아니면 어떤 놈인지 반드시 찾아서 혼쭐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까? 생각건대, 후배들 입장에서는 대놓고 반항을 할 수 없으니 상대가 알아챌 듯 말 듯한 복수들이 그들에게 맞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후배들의 이런 복수들 때문에 상사들 역시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닐까. 혹시 모를 일이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 이유가 언젠가 당신이 그에게 한 복수가 들켜서 일지도….
나 역시 직장인으로서 긴 시간을 보내며 얄미운 선후배들을 수없이 만났다. 미워죽겠는 상사들이 코앞에서 스트레스를 줄 때면 당장 콱!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것을 참은 순간도 비일비재했다. 경험상 스트레스가 주는 가장 큰 문제는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져버린 업무 효율은 가끔 소심한 복수가 성공하면 다시 회복되고는 했다.
소심한 복수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잠깐의 통쾌함이 주는 즐거움은 크지만 들키는 순간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 ‘아, 이게 절대 들키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소심한 복수를 행하는 것을 멈추게 되었다. 대신 상대방의 진심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그리고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알아내는 것이 익숙해지게 되었다.
복수하기를 그치고 이해하는 눈으로 상사들을 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그들이 우리들의 감정을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보다 이미 수년의 시간을 먼저 회사에서 버텼던 그들이다. 그들 역시 무수히 많은 윗사람들로부터 우리가 느낀 스트레스와 같은 스트레스들을 겪었다. 그러니 어찌 모를까? 아마 그들이 아는 티를 내지 않았다면 이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복수를 알면서도 눈감아주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를 깨달은 뒤로 내 복수는 개념이 바뀌었다. 치사한 복수가 아니라 멋진 복수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그들이 절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실력 있는 후배가 되어보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때문에 나는 적어도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듣는 순간 다른 쪽 귀로 넘겨버리는 보살이 되어보자고 목표를 바꿔보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또라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회사는 한번 보고 끝일 수 없는 공간인 만큼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간다고 끝이 날 수 없는 관계라 더욱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또라이 같은 상사, 스트레스 덩어리인 선배가 있다면 그들에게 치사한 복수가 아니라 멋진 복수를 먹여보자. 그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확실한 건 치사한 복수는 또 다른 치사한 복수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안 좋은 것은 반드시 대물림이 되고 쉽게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그런 걸 굳이 대대손손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좋은 회사 문화, 좋은 선후배 관계, 이상하지 않은 선배를 자꾸 만들어내는 길은 ‘나’에게서 그 치사한 복수를 끊는 일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풀리지 않는 내면의 분노를 노출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떻게 그 복수를 감행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내 몫이다. 무엇이 진정 멋진 복수인가?
힘든 회사일을 잊을만한 취미활동을 하며 그들을 잠시 잊어보거나 나를 괴롭히는 상사보다 더 부자가되어보는 목표를 세워 주식이나 부동산투자를 해보거나 퇴근후 원데이 클래스를 통한 자기계발을 통해 회사와 내 인생의 나를 구분지어 그들보다 멋있는 인생을 즐길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는 것.
언젠가 내게로 돌아올 부메랑 같은 복수 대신 그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문화를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결코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사람, 그런 걸 하지도 않는 사람. 나는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한다. 또한 그들보다 멋진 인생을 사는 삶으로 대신하는 것 그것이 나의 진짜 복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