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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Jan 04. 2021

옷은 안 입어도 향수는 입고 살지요

내 기분을 위한 실용품, 향수

끽해야 100ml, 손바닥에 쏘옥 잡히는 유리병 안에 향수가 들어있으면 가격은 천차만별이 된다.

내가 구매하는 향수 가격은 5만 원대부터 40만 원 선. 아직 50만 원이 넘어가는 향수를 구매하거나 소지해본 적은 없지만, 5000달러 향수도 있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꼭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같은 향을 고집하진 않고 애지중지하는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닌, 나는 그저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너처럼 향수를 펑펑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 연간 쓰는 커피값이랑 향수 값만 아껴도 매년 차 바꾸어가며 살겠네"며 기막혀한 적도 있었다.

내 일상에 향수가 놓여있는 곳은 5~6곳 정도. 침대 맡, 화장대, 욕실, 사무실, 차 안, 화장품 파우치.

침대 맡에 있는 향수는 그야말로 수면용으로 침대에 오르기 전 한 번만 가볍게 뿌리고 이불 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몹시 피곤한 날이거나 취기가 있으면 빼먹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대부분 많은 날의 루틴이다. 왠지 기분 좋은 잠자리를 만들어줄 것 같은 나의 바람이 담긴 습관이랄까.

화장대를 제일 값나가는 향수들(대부분 3-4개 선)이 차지하고 있으니, 이곳을 내 향수들의 메인 자리로 볼 수 있겠다. 외출 시 목적지 혹은 기분에 따라 뿌리는 향수로, 그날의 중심 향을 잡아주는 향이기 때문에 적어도 4번 이상 분무하여 소비량이 큰 편. 주인공 향수답게 대부분 각 브랜드별 가장 큰 사이즈로 구매한다.

욕실용으론 상쾌한 향을 선택하는데, 샤워를 마치고 딱히 외출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 집에 머무는 내 기분을 위한 향수. 작년 하반기부터 재택근무를 자주 하고 있어서 욕실 향수가 요즘 열일하고 있다.

사무실에 향수는 은은한 향으로 고르는 편. 점심시간 이후 한번 이상은 꼭 이용한다. 업무 중 두통이 생긴 시간엔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기도 한다.

차 안에 놓인 향수도 소비량이 큰 편. 퇴근 후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경우에 가장 많이 이용한다.

화장품 파우치에는 주로 시향 샘플로 받은 미니 사이즈를 한 개씩 넣어 다니는데, 사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마감이 야무지지않은 작은 샘플병인지라 조금씩 증발되며 가방 속 향을 책임지다가 공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연간 3회 이상은 입출국을 해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향수는 면세점에서 구입해왔다. 가격도 저렴하고 해외 면세점에서만 구입 가능한 품목도 종종 있어서 여행 쇼핑리스트에는 늘 향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2020년 1월 말, 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향수를 3병 사오곤 지금까지 해외에 나갈 상황이 못되다 보니, 지난 11월 정말 오랜만에 서울 백화점과 로드샵에서 향수를 구입했다.


엄... 뭔가 소지하고 있는 향수 현황 같은 글이 되어버렸는데, 원래 남기려던 목적은 그건 아니고...


'향'의 힘은 엄청나다. 코가 향을 만나면 2초 만에 몸 구석구석까지 반응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향'의 힘은 '음악'의 힘과 비슷하게 작용한다. 좋은 향(음악)으로 순식간에 기분이 바뀌기도, 잊고 있던 추억이 소환되기도, 정신이 맑아지기도, 때론 포근함이 스며들기도 한다. (악취로 인한 반대의 경우도 많지만 생략) 그리고 향수를 뿌리는 것은 오로지 '내 기분'을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내 기분을 최우선에 두고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마음껏 누릴 명분(?)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교적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은 특히나 '내 기분'이 무척 중요하다. 홀로 있는 만사 귀찮은 어느 날이더라도, 옷을 안 입을지언정 기꺼이 향수는 입고 산다.


무엇보다 중요한 내 기분을 위한 향수
사치품이 아니라 실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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