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5월, 홋카이도 렌터카 여행
눈과 마음이 시원해진 채 리시리 섬 페리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와 왓카나이로 돌아갈 배를 기다린다. 뭔가 달달한 것이 필요한 타이밍이라 선착장 맞은편 작은 가게에 들러 버터 쿠키 한 박스와 음료를 샀다. 쿠키를 입에 물고 오니 페리에 오를 시간. 돌아갈 땐 마루로 된 룸에서 누워 가기로 이미 일행들과 계획해 둔 터라 바로 룸으로 향했다. 바닥에 드러누워 반시간쯤 곤히 낮잠을 잤다.
짧은 시간이어도 낮잠 파워는 강력하기 마련. 개운하게 일어나 페리 안을 어슬렁 거리며 바다 구경을 하고 있자니 시야에 노삿푸 곶이 들어온다. 내릴 채비를 하고 하선할 게이트로 옮겨가니 이미 내릴 준빌 마친 승객들이 여럿 줄을 서있다. 갈 때와는 사뭇 다른 돌아오는 풍경. 언제나 여행은 돌아올 때의 속도와 온도가 훨씬 낮았던 것 같다.
오늘은 왓카나이에서의 마지막 밤.
마지막 밤엔 이 동네의 소박한 이자카야에 가야지. 나무로 된 연식이 제법 느껴지는 이자카야에 들어가 나이 지긋하지만 포스가 보통 아닌 마스타의 요리 몇 개를 주문하여 술잔을 기울였다. 접근이 쉽지 않은 이 동네, 왓카나이. 다시 또 오고 싶은 동네였다.
3일간 지내며 정이 들어버린 우리의 숙소,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렌터카에 올랐다. 오늘은 또 긴 운전을 해야 하는 날, 목적지는 아사히카와. 숙소에서 조금 달려 외곽 도로에 들어서니 올라올 때보단 제법 차가 많이 보인다. 아마도 연휴여서인 듯. 달리는 차들과 속도를 맞추며, 기대했던 장소로 향한다. 왓카나이에서 한 시간쯤 달려 산속으로 빠진다. 정말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 싶은 곳으로 쭉쭉 들어가다 보니 저 멀리 언덕에 사진으로 봤던 건물이 보인다. 저기다, 저기!
입구로 들어가니 신발을 벗어 두고 2층으로 올라오라는 안내문이 있다. 벌레가 들어왔다가 놀라서 나갈법한 깔끔한 실내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니, 인상 깊은 차림의 사장님이 우리를 반겨주신다. 아마도 창문으로 한참 전부터 보인 렌터카를 보고 우리가 이곳에 올 것을 알고 계셨을 듯하다. 시원한 생수와 함께 메뉴를 설명해 주셔서 진지한 고민을 짧게 하고, 각자의 커피를 골라 주문을 마쳤다.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는 장면은 너무나 연극적이라 떠들지도 않고 집중해 보게 되었는데, 곧 코를 황홀하게 하는 커피 향이 끝내주는 뷰를 자랑하는 카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정도로 맛있는 커피는 이번 여행 중엔 처음이다.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저렴한 가격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서비스를 황송하게 받으며 사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카페 창으로 멀리 리시리 섬이 보이는 풍경을 자랑하셔서 어제 그곳에 다녀왔다고 하니 사장님이 적잖이 놀라셨다. 하하. 저희가 좀...
카페를 나서 멋있는 풍경을 한번 더 즐기고 다시 렌터카에 올라 달린다. 오늘 점심식사는 어디서 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았는데, 가는 길에 적당한 동네에 들러볼 예정. 일단 주유가 필요할 때까진 달려보자고-
주유소를 찾아 작은 동네에 들어섰다. 주유를 하고 동네 안쪽을 잠시 도는데, 산속으로 호텔 안내판이 보여 무작정 들어와 봤다. 작은 호텔은 가족 단위가 많이 찾을만한 정겨운 분위기, 건물 밖으론 캠핑존도 있었다. 호텔 로비 레스토랑에서 귀여운 식사(소바&유부초밥 세트)를 팔길래 점심을 이곳에서 먹기로 결정.
식사를 하고 나와 캠핑존에 연결된 산책로를 돌며 소화를 시켰다. 일본 캠핑 문화가 제법이란 얘긴 익히 들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좋은 캠핑장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다. 평화로운 장소에 깔끔한 공간 구성이 단연 돋보였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홋카이도 캠핑장 대추천!
내가 가고플 때 가고
내가 멈추고플 때 멈추는
진짜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