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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04. 2017

여행의 시작

feat. 버거킹

신기하게 인천공항에만 오면 햄버거가 당긴다. 여행 전에는 항공기를 기다리며 허기를 때우고, 여행 후에는 지치고 힘든 몸에 동력원을 주기 위해서 먹는다. 그래서 늘 들리는 곳이 버거킹이다.


여행의 시작은 고민과 걱정보다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루하진 않을 테니까. 목적지는 유럽이다. 유럽에 볼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목적지도 대충 정했다. 스페인과 영국. 그 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 목표는 서핑 배우기와 해리포터가 전부다. 계획도, 일정도 없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 없는 여행이다. 그래서 실감이 안 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꿈만 같을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은 신기하게도 비행기 타기 바로 전, 지금까지 꿈만 같다. 밤 비행기라서 공항에서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00시 55분 비행기는 또 처음 타본다.


밤의 인천공항은 역시 사람이 별로 없다. 휴가철이 다 끝난 지금, 이곳에는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과 출장 가는 사람들, 늦은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한적한 인천공항이 조금은 낯설지만 싫지는 않다.


셀프 체크인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오후 10시가 넘었는데도 티켓 하나 발권이 안되다니. 밤 비행기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은 듯싶다.


멍하니 기다리던 와중, 독특한 집단을 발견했다. 서로 어디 사는지 지역을 물으면서 공항을 가로지르는 사람들. 앞에서 걷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너무나 편한 옷차림이었다. 가방 하나 없이 말이다. 이끄는 남자는 새하얀 셔츠에 넥타이까지 하고 있었다.


신입 아르바이트생을 이끌고 소개하여주는 듯싶었다. 그들은 서로 어디 사는지 물어보고 있었는데 대부분 인천 어디 어디라고 대답했다.


우리에게 공항은 떠나고 돌아오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 공항은 돈을 벌기 위한 일터다. 휴가철이 끝난 요즘은 그나마 쉬엄쉬엄 일할수 있지 않을까. 문득, 휴게소에서 일하던 때가 떠오른다. 연중무휴, 24시간, 휴가철 피크.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저 멀리 라운지가 보인다. VIP 라운지든, CIP 라운지든 내가 이용할 날이 언제쯤 올까 궁금해진다. 내 돈으로 하는 여행이 언젠가는 남의 돈으로 할 수 있기를.


어서 비행기를 타고,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푹 자고 일어나면 유럽이겠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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