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도둑 Oct 08. 2017

벨기에 브뤼셀 돌아다니기

벨기에의 2박 3일 중, 첫날은 밤늦게 도착해서 펍에서 맥주만 마시고 돌아왔다. 그리고 겐트를 다녀왔기 때문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시 말라가로 돌아가는 날, 브뤼셀을 한참 동안이나 돌아다녔다. 숙소에서 시내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는, 끊임없이 걸었다. 그랑플라스는 황금으로 반짝거렸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한국어가 꽤 많이 들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돌아다니며 허무한 오줌싸개 동상과 시청, 증권 거래소를 지났다. 그러던 중, 광장 근처 작은 와플 가게를 발견했다.



겐트에서 먹었던 와플은 형편없어서 여기서 다시 사 먹었다. 이번엔 토핑까지 제대로다. 와플에 바나나를 썰어서 올리고 시나몬 시럽을 듬뿍 뿌렸다. 시나몬 시럽이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고, 중간에 파란색 플라스틱 포크가 부러져서 놀랐다.


구글 맵으로 지도를 찾던 중, 수제 초콜릿 상점이 보였다. 상당히 유명한 듯, 사람이 몰려있었다.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이었다. 그곳에서 멋들어진 불어를 쓰시는 남성분이 주문을 받았다. 손님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더니 매우 친절하게 초콜릿을 담아주셨다. 담는 와중에 하나 집어서 나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는데, 내가 상당히 초롱초롱한 눈으로 초콜릿을 지켜봤나 보다. 


그분은 할머니 손님에게 '메시 보꾸, 마담'이라고 인사를 하고, 내 초콜릿을 계산해주었다. 그의 불어가 마치 귀족에게 인사하는, 영화 속 대사를 듣는 기분이었다. 목소리와 불어의 발음이 아주 멋졌다. 불어가 이렇게 매력적인 언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계산을 도와주면서 그는 여기서 최고의 초콜릿만 넣었고, 몇 개 더 넣었다며 초콜릿 상자를 건넸다. 선물로 딱 좋았다. 이제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는 도중, 공원과 브뤼셀 왕궁을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푸드 페스티벌이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간단하게 빵이나 먹고 가려고 했는데 이런 기회가. 덕분에 20유로가 사라졌다. 



두 가지 요리를 먹었는데, 두 번째 요리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요리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면서 설명을 들었는데, 양의 목과 앞다리 살을 다져서 살짝 튀기고, 생선은 다져서 양념하고 숙성시켰다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종류의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된다고.


밑에는 다진 생선조림을 둥그렇게 담고, 위에는 튀긴 양고기를 반 잘라서 올린다. 그리고 두 종류의 소스를 번갈아서 담아주면 이렇게 나온다. 


요리는 하나당 8유로.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다시 벨기에 공항으로 향했다. 벨기에를 여행했다기보다는, 뱃살의 둘레를 조금 늘린 기분이었다. 맥주와 와플, 그리고 고기로.

작가의 이전글 말라게타 해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