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도둑 Oct 06. 2017

말라게타 해변

스페인에서 수영을 해보고 싶었다. 2년 전, 말라가에 왔을 때는 10월이라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라만 봤었다. 수영복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가져온 비치타월을 펼쳤다. 지중해의 태양은 정말 뜨거웠다. 잠깐 누웠는데, 살이 익어가는 것 같았다.


땀이 흐르자, 바다에 들어가기로 했다. 바다를 향해서 걷는데 모래사장이 정말 뜨거웠다. 화끈거림을 참으며 바 바닷물에 발을 담그자, 차가운 파도가 발가락 사이를 휘감았다. 물은 정말 차가웠다. 파도는 약간 거셌다. 다섯 걸음을 걷자, 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파도가 출렁이며 입술에 짭짤한 소금기가 맴돌았다.


몇 분을 그렇게 바다에 떠 있었다. 이리저리 헤엄치다가 둥둥 떠다니다가 보니 약간 추워져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해변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몇몇 외국 여성분들은 상의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했다. 시선이 돌아가지 않게 애를 부단히 애를 썼다.


바닷가에서 일광욕은 꽤나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아무런 고민, 걱정 없이 누워있다가, 너무 덥다 싶을 때는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휴양지에서 보내는 완벽한 휴양이 아닐까. 이곳에서도 누워서 책을 보거나 스도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휴양객을 노리는 장사꾼들도 있었다.


해변가에서 장사꾼들이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세르베 싸(맥주), 코카 콜라, 판타(환타)” 또는 “샹그리아, 모히토”     


해변을 즐기는 방식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딜 가든 똑같나 보다. 걷기 짜증 날 정도로 뜨거웠던 모래사장이 따스하게 느껴질 때쯤, 해변가를 나섰다. 돌아가는 길, 멀리서 빨간 불이 번쩍인다. 신호등 밑에는 신호가 언제 바뀌는지 숫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빨간 불도, 초록 불도.


빨간 불의 시간이 많이 남을수록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작가의 이전글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옹플뢰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