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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09. 2017

비 오던 벨기에, 겐트

벨기에, 브뤼셀에서 겐트는 약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겐트와 브루게를 가려던 중, 티켓을 겐트 왕복을 끊으면서 브루게를 못 가게 되었다. 돈도 더 들었고, 가기도 귀찮아졌다. 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선 다른 나라를 갈 때마다 비가 오는 참 신기한 현상을 겪었다. 겐트는 그 시작이었다. 겐트에는 작은 강이 하나 흐르는데 그 덕분에 운치가 넘치는 마을이었다. 단점은 강의 수질 관리가 하나도 안돼서 더럽다는 사실.


비가 오고 그치길 반복하면서 나도 도시를 구경하다 멈추길 반복했다. 혼자서 열심히도 걸어 다녔다. 비가 많이 오면 근처 카페의 천막 아래에 몸을 피했다. 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있자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옆에서 들려오는 외국인의 목소리 덕분에 내가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해졌기 때문이다. 비 오던 겐트는 꽤나 예뻤다.


 벨기에의 건물들은 지붕이 전부 레고처럼 각이 있었다. 뾰족하게 솟기보다는 직각으로 떨어지는 선이 많았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건축 양식은 흥미로웠지만 더 많이 알지 못해서 아쉬웠다.


비가 점점 많이 올 때는 카페로 도망쳤다. 어떤 외각 지역에는 작은 북카페가 하나 있었다. 북카페라면 꼭 가봐야지, 하면서 들어갔다.

주렁주렁 매달린 전구, 벽면을 가득 채운 영어, 불어 서적들, 그리고 카운터에 달려있는 생맥주 탭과 뒤편에 보이는 에스프레소 머신. 나도 이런 북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다. 낮에는 커피와 책을, 저녁에는 간단한 맥주 한잔에 수다를.


에스프레소를 한잔 시켰다. 유럽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스타벅스를 가야 했고 보통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덕분에 가장 싼 커피는 에스프레소였다. 설탕 하나를 넣으니 꽤 마실만 했다. 덤으로 나온 과자를 커피에 찍어 먹으며 카페에서 꺼낸 만화책을 넘겼다.


불어로 된 만화책인데, 어릴 적 봤던 '땡땡의 모험'이라는 책과 비슷한 그림체라서 신기했다. 책을 펼 쳐들자, 책 내용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의 추억에 한동안 잠겨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에 있던 작은 도서관과 그곳에서 읽었던 소년 만화와 만화 삼국지, 그때 있었던 친구들. 지금은 학생이 없어서 폐교할 처지에 놓인 초등학교와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는 초등학교 동창들이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북카페를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나는 다시 혼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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