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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31. 2017

쪽빛 바다, 네르하

말라가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네르하'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유럽의 발코니'가 있다. 나는 그걸 보기 위해서 혼자 버스를 탔다. 버스는 꽤나 더웠다. 햇빛이 내리쬐는데 그걸 막는 커튼조차 없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갔다.


옆자리에는 코스타리카 출신 미국 아줌마가 타서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안 되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네르하에 도착하자, 관광지의 냄새가 풍겼다. 일단은 기념품 샵이 보이기 시작했다.


길은 매우 찾기 쉬웠다. 유럽의 발코니로 가는 길은 방향 표시도 제대로 되어있었지만 무엇보다 건물들 사이에 천막이 쳐져서 햇빛을 가려줬기 때문이다. 정류장에 내려서 15분 정도 걸었을까, 저 멀리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가 발코니구나' 싶었다. 마치 집에 있는 발코니에 선 듯한 시원한 바람이 나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바람은 시원하게 불었다. 끊임없이 말이다. 한동안 땀을 식히면서 그곳을 둘러보았다. 바다가 아름다웠다. 투명하고 푸르러서 물속이 잘 보였다.




이런 곳에서 수영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수영복을 챙겨 왔어야 했는데, 많이 아쉬웠다. 시간도 그리 넉넉하지 않아서 주변을 더 둘러봐야 했다. 동굴도 있다는데 거기는 가기 귀찮았다. 발코니만으로도 올 가치가 있었달까. 옆에는 동상 아저씨가 근사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느낌적인 느낌이 났다.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포즈를 취했으니 왠지 찍어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곳을 혼자 오다니. 약간 아쉬웠다. 함께 대화하던 애인이 없어지고, 서로를 찍어주지도 못하니 좋은 것을 봐도 사진 찍을 생각을 안 하게 되는 듯싶다. 시릴 듯 푸른 바다를 멍하니 보다가 서늘해진 바람을 맞으니 옆구리가 더 시렸다.


아쉬움을 달래면서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가는 길, 이곳저곳을 일부러 헤매면서 갔다. 바닷가 근처 알록달록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색감이 예뻤다. 하얀색 집들이 이런 분위기를 주는구나. 한국의 아파트와 약간은 닮은 집들이 었다. 스페인의 집은 발코니가 항상 있는데, 어떤 집은 발코니에 창을 달아서 안보이게 가리곤 한다. 그럴게면 왜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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