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잡한 한국 영화, 안시성

by 글도둑

형이 그런 말을 했다.


"전쟁터에 투구도 안 쓰고 싸우는 데, 보고 싶겠냐?"


고증을 따지는 형의 성격상,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름 탄탄한 연기자에 조금 의심스러운 이름 하나. 영화는 나름 괜찮아 보였다. 작품 이름 '안시성'은 국뽕을 일으키기 좋은 소재였다. 대군을 작은 성 하나로 막아낸 이야기. 흥행요소야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500만 명이나 봤지?"


이 영화엔 개연성이 없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고주몽의 신궁과 활, 신녀의 배신, 설현의 막무가내 돌진. 영화를 보면서 나름 괜찮았던 건 전투 신 뿐이었다. 그마저도 영화 '300'의 슬로 모션 기법이 떠올랐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연설, 전투 속에서 나오던 몇몇 장면은 영화 '킹덤 오브 헤븐'과 겹쳐졌다. 대체 이게 뭔가.


그마저도 결말은 더 우습다. 뜬금없이 당긴 고주몽의 신궁이 당태종의 눈을 맞추면서 영화는 끝난다. 물론, 원군이 오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의 아쉬움은 중간중간 넣었던 유머스러운 코드를 제대로 못 살리면서, 성동일이라는 캐릭터가 어설픈 신파극으로 사라지면서 더욱 짙어진다. 차라리 성동일을 유머 코드로 쓰고, 신파극을 빼버려야 했다. 더군다나 조인성의 연기는 사극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여유로운 모습과 말투는 '더 킹'에서나 어울렸다. 더 진중하고 무거워야 할 모습이 가벼워졌지만, 유쾌해지진 못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못해서 실망스러운 영화, '안시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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