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에 나는 못 갈 것 같다.

feat. 참 잘생겼다, 김영광..

by 글도둑

모처럼 쉬는 날이었다. 자체 휴강으로 학교도 안 가는 날, 집에서 빈둥대기 지쳐, 피자 한판과 맥주 한 캔을 들고서 영화를 틀었다.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는 박보영과 김영광의 달달한 애정 행각이 담긴 광고 때문에 알았다.


남자 친구, 김영광에게 카드 값 좀 보라며 타박하면서도 키스를 바라는 박보영의 모습에 넘어갔달까. 그래서 머리에 담아두고 있다가 이제야 영화를 보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덕분에 변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것을 사랑하게 된다. 사람이 됐던, 만화가 되었던, 3D가 됐던, 2D가 됐던, 우리는 뭔가를 사랑하기 마련이다. 작품 속 남자 주인공에겐 그 대상이 '환승희'였을 뿐이다. 그는 사랑 때문에 노력한다. 절실하게, 때로는 멍청하게, 혹은 찌질하게.


작품 속 주인공의 지질한 모습, 술 먹고 실수하는 모습, 그리고 결혼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몰입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억이 하나, 둘쯤 있으니까. 남자는 사랑하게 되면 찌질함을 달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아주 잠깐 등장하는 카메오가 그런 말을 남긴다. 여성 심리학은 있어도 남성 심리학은 없다며, 남자는 아동 심리학과 같다고 말이다. 적어도 사랑 앞에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유쾌하게 봤다. 학창 시절에서 대학교, 대학교에서 사회생활로 넘어갈 때마다 간간히 등장하는 유머 코드와 진부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줄거리에,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까지. 이 정도면 기분 좋은 휴일의 끝을 만들어줄 거라는 생각이었다. 결말을 보기 전 까진.


이 영화에는 스포일러가 없다. 애초에 제목이 '너의 결혼식'이니까, 우리는 이 영화의 끝이 어떤지 충분히 알고 보게 된다. 주인공은 한마디를 전해주기 위해서 갈등 끝에 '너의 결혼식'에 간다. 우린, 어떤 선택을 할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올리는 결혼식에, 우리는 갈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나는 못 갈 것 같다. 이별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뭐가 됐든, 한번 끝난 사이에 미련을 붙이고, 후회를 덧칠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너의 결혼식에 못가는 것은 단지 너를 아직 좋아해서, 혹은 너를 아직 사랑해서 또는 너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다. 더 이상 보지 않는 게 서로를 위한 길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너의 결혼식'에 주인공이 될, 너와 너의 남자를 위해서, 조연은 빠져줘야 하니까.


남자 주인공, 우연은 결혼식에 간다. 멋진 정장을 한벌 빼입고,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단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어서 '너'에게 인사를 한다. 고맙다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주인공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인사는 헤어질 때 했어야 했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줘서, 너 덕분에 이렇게 변했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말했어야 했다. 결혼식에 간 이유는 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의 결혼식장까지 와서야 제대로 된, 이별을 마주하게 된 거다. 그 말을 하려고 온 그에게 공감하지만, 이해하진 못하겠다.


영화를 보는 내내, 김영광의 우월한 키와 미소에 감탄이 나왔다. 박보영의 귀여움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김영광은 잘 몰랐으니까. 남자를 그리 주의 깊게 쳐다보지는 않았으니까, 몰랐다. 얼마나 사기적인 외모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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