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칠운이
하나, 혹은 둘.
하나, 혹은 셋.
하나, 혹은 다섯.
하나, 혹은 일곱.
하나, 혹은 열, 하나.
내 이름은 칠운이다. 하루에 일곱 번, 운이 따른다. 나는 그래서 내 이름을 좋아했다. 왠지 운이 좋은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하루에 일곱 번, 운을 센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주 큰 일까지, 내 운은 평등하게 적용된다. 그 운이 때로는 좋게, 때로는 힘겹게 다가온다. 사실, 운이 나에게 작용한다고 해서 결코 편한 길로 이끄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이 그렇다.
오늘은 야자를 튀다가 걸렸다. 내 친구 놈들은 다 성공했는데, 나만 걸렸다. 그래서 이렇게 엎드려서 벌을 받고 있다. 적어도 30분은 이렇게 엎드려 있어야 한다. 왜 나만 걸렸느냐, 그건 행운이 나에게 알려줄 거다.
“야, 너 학기 초부터 튀다가 걸렸냐? 너도 참 징하다. 징해.”
아, 역시 오늘도 이거였구나. 학교 교무실에서 엎드려 있는 나를 보고 말 거는 그녀는 영어 선생님이었다. 아주 어여쁘신 영어 선생님, 내가 몰래 좋아하고 있는 그녀는 올해 처음 부임했는데, 예쁜 외모보다는 호쾌한 성격 덕분에 인기가 넘쳤다. 물론, 예쁜 것도 한 몫하지만.
“너 인마, 내년이면 고3인데, 공부 좀 해라, 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출석부가 내 등짝을 가격한다. 땀이 찬 등허리에 출석부가 닿았다 떨어지며 찌릿한 통증이 퍼진다.
“일어나! 너네 담임선생님에겐 말해놓을 테니까, 얼른 가서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 알았어?”
“넵! 감사합니다, 영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왜 행운이는 나만 야자를 튀다가 잡히게 했을까? 아마 영어 선생님이 나를 혼내고, 돌려보내면서 그녀의 기억에 나를 남겨놓기 위해서가 아녔을까? 조금이라도 그녀와 함께 있게 만들어준 걸까.
나는 일어나서 다시 교실로 향했다. 꽤 오래 엎드려 있어서 그런지, 팔다리가 살짝 저렸다. 절뚝이며 교실로 향하는 길이 유난히 멀어 보였다. 밖은 어두컴컴했고, 저 멀리 선 아파트 불빛이 번쩍거렸다. 거 아파트 사이, 도망친 내 친구들은 열심히 게임 속에 빠져있겠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