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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11. 2020

불안한 주말 저녁

월요병

- 월요병, 그 미묘한 단어가 주는 통증 때문에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밤도 있을 것이다.

" 주말이 거의 다 가고 나면 이따금씩 불안감을 느끼곤 해. 불안감의 원인은 다름 아닌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같아. 월요일은 언제나 우리에게 달려들어 물어뜯지. 월요일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거야. 주말이 오기도 전에 월요일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지곤 해. 주말에도 나는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는 게 참 신기해. 대체 왜 그럴까. 종종 너나 친구들, 회사 동기들에서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해.


'난 회사에 영혼을 팔지는 않을 거야.'

어떤 노래 가사에서 이런 말이 있어. '영혼을 팔기 전까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부른 노래인데, 너무나 와 닿았어. 내가 회사에 영혼을 팔지 않아서 아직 이렇게 비루한 걸까. 내가 영혼까지 팔아야만 회사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통증은 이따금씩 찾아오는데 그게 금요일 저녁일 때도 있고 토요일 아침이거나 일요일 저녁인 경우도 있어. 가장 슬픈 통증은 금요일에 퇴근하는 길에서 느껴지는 거야. 힘겨운 일주일이 끝났는데, 이제 주말이 지나가는 게 너무나 불안하니까. 나는 그런 불안감을 느낄 때, 도망쳐버려.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를 쓰거나,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지. 그중에서 최고는 단연코 책과 영화야. 책을 읽는 동안에는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거든. 영화에 감상하는 동안에는 질문만 떠오르거나 아무 생각 없이 영상에만 집중하니까. 그렇게 나는 도망갔어.


그런데 오늘, 도망의 수단이었던 독서를 통해서 회피하지 말라고 배웠어. 도망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래. 다른 수단이었던 영화는 싸우라고 말하더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누구에게나 이런 통증은 있어. 모든 직장인, 학생이라면 공감하는 월요병이 찾아오니까. 다만 이런 통증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가 다를 뿐이야. 어둑어둑한 일요일 밤, 달이 뜨면 그게 너무나 서글프지 않냐? 일주일이 사라지고 다시 일주일이 시작하지만 그 일주일에 나의 것은 없으니까, 그저 회사의 소유가 되어버렸으니까.

지금 나의 삶은 내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겠더라. 회사에게 영혼을 팔지는 않았지만, 비루한 몸뚱이와 시간은 이미 바치고 있으니까. 나는 진정 이걸 원한 걸까. 나는 이 회사에서 하는 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게 통증에 원인인 것 같다. 답답하고 묵직한 뭔가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통 정말이야.

이걸 없애버리려면, 도망치거나 싸우는 수밖에 없어. 그런데 말이야,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 도망치는 것일까, 아니면 싸우는 것일까. 그걸 확실히 모르겠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그게 핑계나 변명거리가 아니라 진정 내가 원했던 거라면 싸우기 위해서 회사를 나오는 거겠지. 그런데 만일 진정 원했던 게 아니라면, 그저 핑계였다면 나는 도망친 비겁자가 되는 건 아닐까. 내가 나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게 제일 두려워지고 있어.

도망칠 거야, 아니면 싸울 거야? 아니, 내가 도망치는 걸까, 싸우러 떠나는 걸까.

넌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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