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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an 01. 2020

작용, 반작용

성실의 반작용

같이 일하던 동료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살면 안 피곤해요?"


그런데 내 생활 습관에 대해서는 반대로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게 귀찮아요?"


나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활동을 꾸준히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것. 종종 친구들과 포커를 치는 것, 여름에는 서핑을 겨울에는 보드를 타는 것. 일을 하고 야간에는 대학을 다니면서 학교 신문에 글을 투고하는 것,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참여하는 것. 그 다양한 활동 중 비중이 큰 것과 작은 것은 있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냐고, 괴롭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힘들긴 하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하는 것뿐이었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싫을 수가 있을까. 취미 활동을 하면서 일과 학업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비어있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썼을 뿐이다. 그런 게 그런 모습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걸로 비쳤다. 나는 그 사실이 더 신기했다.


반면, 출근할 때 출근용 복장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과 뼈를 바르는 음식은 귀찮아서 안 먹는다는 내 생활 습관에는 그게 왜 귀찮냐면서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많은 취미와 활동 때문에 다른 부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실한 생활의 반작용으로 사소한 습관들에서 귀찮음을 느끼게 된 걸까. 출근용 복장이 늘 비슷한 것은 출근하기 위해서 입는 옷에 시간을 쓰기 싫어서였다. 순살 치킨을 선호하는 이유는 먹기 편해서 그렇다. 감자탕이나 생선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뼈를 바르기 귀찮아서였다. 뼈를 바르기 위해서는 결국 맨손으로 잡아 뜯는 게 편하고, 그럼 결국 손이 더러워지니까 귀찮다.


이런 연유를 설명하고 나니, 바쁘게 살면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다른 부분에서 시간을 줄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똑같은 옷을 입고, 순살 치킨을 먹으면서 아낀 시간으로 취미 생활에 투자하는 거라고. 글쎄,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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