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펜

나나

by 글도둑

다가오는 긴 연휴와 나날이 푸름을 더해가는 풍경을 보고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포기했었다. 연휴 때 원데이 클래스라도 들을까 하고 둘러보던 중 “혼밥, 혼술을 넘어 혼 펜”까지라는 타이틀을 조우하게 되었다. 일인 펜션 복층 사용, 자유 시간, 수영장 낮맥 토크, 바비큐 타임, 마지막 불멍까지. 혼자 펜션

에 숙박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고 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인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이 복합된 상품이라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며칠의 고민 끝에 상품을 결제하였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인들과의 모임도 자제했던 요즘, 타인들과의 만남에 설레기 도 했고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텐데 괜찮겠지... 하는 약간의 걱정을 안고 펜션으로 출발했다. 탁 트인 정원과 여기가 계곡인가 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수영장 물 채우는 소리, 다양한 초록을 가지고 있는 산들, 멀리 들리는 개굴개굴 소리(가까이 들렸오면 많이 시끄러웠을 것도 같은), 구름 낀 하늘이 아쉽지만 서울보다는 환했던 달빛. 오랜만의 도시가 아닌 자연에서의 하루로도 성공한 선택이었다.


참석한 사람들은 여자 8명, 남자 6명 총 14명으로 여성복 디자이너, 비행기 기장, 포토그래퍼, 기자, 엔지니어, 책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연령대는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였고 호스트 분과 같이 이끌어나가는 캡틴까지 제법 큰 규모의 모임이었다. 이번은 40대는 혼자였지만 보통 40대 참여율도 있다고 했다. 작년 서핑 캠프와 이번 혼 펜, 두 번의 경험이라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이번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의 얘기까지 종합해보면 혼자 하는 활동에는 여자의 비율이 높다는 특이한 점을 찾게 되었다. 하나 더 보태자면 남자들은 혼자 보다는 두 분이 오는 비율이 높았다. 작년 서핑 캠프는 혼자 온 여자 7명, 혼자 온 남자 1명, 둘이 온 남자 2명, 남녀 커플 4명이었다. 이번 모임은 혼자 온 여자 8명, 혼자 온 남자 2명, 둘이 온 남자 4명이었다. 혼자 온 남자들은 둘 다 20대, 둘이 온 남자들은 30대였다. 서핑 캠프나 혼 펜은 숙박이 포함되어 있어서 여자보다는 남자가 선택하기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두 번 다 생각과 달라서 더 특이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


몇 년 전 20~30대 여성의 해외여행 가는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고 본 기억이 있다. 기사 내용은 아니었고 누군가 쓴 에세이로 남자는 결혼을 위해 집을 사야 하는 부담감에 해외여행을 가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한 글이었다. 주위 남자 친구들이나 남동생과의 대화에서도 가장이 되어야 하는 것과 거기서 파생되는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토론한 적이 있었다. 모든 남자들이 해당되지 않고 20대 남자들은 더욱 그럴 것 같지만 이런 남자들의 비중이 적지는 않을 것 같다. 혼 펜 같은 경우는 금액이 크지 않아서 이게 중요 원인은 아니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보다는 둘이 오는 남자가 많은 것은 이유를 추측하기가 어려웠다. 혼자만의 시간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둘의 시간을 쌓는 것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것이 더 높은 만족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혼자 낯선 곳에 가는 것보다는 둘이 가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인가? 직접 물어봤어야지 정확한 이유를 들었겠지만 왠지 남과 여를 가르는 대화라고 생각되어서 물어보기가 어려웠다. 젠더 이슈에 민감한 요즘 이 내용으로 글을 쓰는 것도 살짝 저어된다.


1박 2일을 보내면서 참석한 분들이 부러워졌다. 요즘은 우리 독서모임과 같은 각종 모임,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 등을 뭔가 배우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마음만 있다면 여러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원데이 클래스 같은 경우 그 분야도 정말 다양하다. 20대부터 많은 분야의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다채롭고 큰 세계를 볼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0살만 어렸다면 이라는 꼰대 같은 생각도 함께. 또한 지금이라도 이런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기에 내 세계도 조금은 커지겠지 하는 기대도 하게 된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여행 온 분들의 모임에서 서로 간의 감정적인 거리도 존중하

길 바라는 호스트님의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는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단풍이 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다시 혼펜에 방문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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