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말랭이
“이 음료는 재료가 없으셔서 주문이 어려우세요.”,
“블록 팩은 안에 스푼이 들어있으신데 따로 더 필요하세요?”,
“이 기프티콘은 할인이 들어가신 거라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이 어려우세요.”
위의 문장들에서 어색한 점을 찾아보자. “엥? 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불편한 존대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배스킨라빈스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 차. 같이 일하던 파트너 언니는 모든 말에 ‘-시-’를 붙이며 사물을 높여 불렀다. 처음에는 웃음이 ‘쿡’하고 나왔다. 황당했다. 모든 말에 습관적으로 ‘-시-’를 붙이며 쓰는 표현들은 듣기에 어색하고 거북했다. 상대에게 넌지시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들어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내가 괜히 말을 꺼냈다가 상대가 지적이라고 받아들이고 기분이 상할까 싶어 잠자코 있었다.
비단 내가 일하는 입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내가 손님으로 다른 카페나 옷가게 등을 방문했을 때도 이 같은 표현들을 숱하게 들었다. “주문한 음료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재고가 없으세요.” 등과 같이 말이다. 집에 와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이 이야기가 나왔다. 부모님께서는 그 아르바이트생이 “무식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너는 일할 때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덧붙이셨다. 나는 “그래, 난 저렇게 기계적으로 얼토당토않은 존댓말을 마구 쓰지 말아야지.” 하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잘못된 존대 표현을 오용하는 직원 개인의 문제일까. 나보다 고객을 우선하고 대접해야 하는 서비스직의 업무 환경과 특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닐까. “손님은 왕이다.”라는 맹목적인 구호가 공감받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갑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정당한 서비스를 누리는 것은 권리이지만, 그 권리의 정도를 벗어나 정도 이상의 요구와 트집, 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갑질’이다. 이는 나는 고객이고 손님이니 너보다 우위에 있고, 무조건적으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이처럼 일부 고객의 갑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수그린다. 즉 방어적 태도로부터 서비스직 종사자의 과잉 친절과 사물 존대 표현이 남용되고 남발되는 것이다. 일하는 당사자 스스로가 사용하는 표현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왜 서비스직 종사자의 ‘언어’가 이런 식으로 변할 수밖에 없던 것인지 그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마트나 가게에 갔을 때 당연하지 않은, 불편한 존댓말을 듣게 된다면 무턱대고 상대방을 “무식하다.”라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나는 한 명의 손님으로서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나와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더 이상 사물을 존대하지 않아도 괜찮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음료는 재료가 없어서 주문이 어렵습니다.”, “블록 팩은 안에 스푼이 들어있는데 따로 더 필요하신 가요?”, “이 기프티콘은 할인이 들어가서 다른 제품으로 교환이 어렵습니다.”라고 수그러들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