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 서평 공모전, 토드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나의 세상은 모든 게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그 날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켜서 오늘의 헤드라인이나 시답잖은 가십거리들을 둘러보았다. 친구와의 약속까지 남는 시간에 카페에 앉아 이 책을 펼쳐보았던 나는 불과 몇 시간 전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현실의 일과 인터뷰 형식을 오가며 서술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때로는 얼굴을 찌푸리게 되고 때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뉴스에 귀 기울여 본 사람이라면 ‘댓글부대’, ‘여론 조작’, ‘국정원 불법 개입’이라는 키워드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고 나 또한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여론 조작, 바이럴 마케팅, 언론과 대중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소스를 가지고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구성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은 가히 대단하다. 소제목 각각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2장)는 말처럼 시험 문제를 풀다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보기에 넘어가 감점을 당해본 적이 경험이 한 번쯤은 있지 않은가. 또한, 5장의 소제목인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라는 부분에서는 한 노인이 주변이 다 잿더미여도 군중의 긍정적인 마음이 경제를 움직인다고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다고 비난하며 ‘힘드니까 등산이다’라고 하는 것은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는 아이들 발목을 잡는 일이라는 노인의 말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MS-DOS 세대였고 나우누리와 천리안 통신을 사용했다. 세상의 소식은 신문, TV 뉴스와 라디오가 전부였고 수백만 km의 타인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오늘 날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있다. 그리고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들의 생각을 확고히 한다. 이러한 대중의 확증편향과 집단 속에서 형성되는 왜곡된 시각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 책은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여론을 선동하는 과정과 그 속에 숨겨진 인간 본성의 어두운 일면, 일명 신상이 털리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또한, 책의 종반 즈음에서는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며 독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린다.
댓글부대는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은 “우리에게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라고 평했다. 폭력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 속에서 분명 개개인마다 느끼고 얻어가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과연 우리는 언론의 선전과 의도를 가진 일부 집단의 여론 조작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나 또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계속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일이다. 당신은 무궁무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잣대와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이 책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