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위쳐
게임 위쳐 3을 통해서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 잿빛 머리카락, 덤수룩한 수엽에, 그렁거리는 목소리를 가진 남자. 때로는 블라비켄의 도살자, 때로는 리비아의 게롤트. 게임 속의 스토리에서는 그가 어떻게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게임에 몰입할수록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 과거를 드라마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그가 어쩌다가 블라비켄에서 백정처럼 사람을 도살하게 되었는지는 바로 1편에서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헨리 카빌은 게롤트가 되었다. 누구보다 게롤트 같았다. 드라마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로 편집하면서 시리와 게롤트의 모험을 따로 보여준다. 더불어 마법사인 예니퍼 벤거버그까지. 문제는 교차편집으로 인해 자칫하면 지루해지거나 순서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를 주의 깊게 보지 않거나 위쳐의 세계관에 대해 모른다면 헷갈리기 쉽다.
그 외에도 다양한 단점들이 등장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쳐의 세계관에서 게롤트를 비롯한 위쳐들은 사람을 상대하기 위한 철검과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한 은 검, 총 두 자루의 검을 들고 다닌다. 또한 위쳐들이 쓸 수 있는 일종의 마법으로 표식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이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가장 큰 볼거리로는 게롤트가 속해있는 늑대 교단의 춤사위와도 같은 검술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서 화려한 액션신이 눈을 즐겁게 해 주지만 아쉽게도 액션신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전반적인 줄거리가 게롤트라는 위쳐를 이해시키고 더 나아가 세계관과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시즌 2 촬영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시즌 2는 교차 편집이 아닌 시리와 게롤트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맞춰서 나오기를 바란다. 위쳐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거나 반전 요소를 주기 위해서 굳이 편집을 섞을 필요가 없다. 게롤트와 시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를 망치지 않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