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카페

영스

by 글도둑

중국 국경 지방에 말을 기르며 살고 있던 노인이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을 쳤고 사람들은 그를 위로했다. 하지만, 노인은 말했다. “이것이 또 무슨 복(福)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몇 달 후, 도망갔던 말이 암말 한 마리와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축하했다. 하지만, 노인은 말했다. “이게 또 무슨 화(禍)가 될는지 누가 알겠소.”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다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다. 노인은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 후, 전쟁이 일어났고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다쳐 전쟁에 나가지 않아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人生事 塞翁之馬). 인생은 마치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馬)과 같다는 뜻이다. 행운은 불행이 되기도 하고, 불행은 행운이 되기도 한다는 말(言). 이 사자성어는 중학생 때의 내 좌우명이었다. 구체적인 기록이 없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 성어(成語)를 좋아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추측하건대, 그 시절의 나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그 불안함을 녹이기 위해 위로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불안정이 계속되던 어느 날, 행운들이 문득 찾아오기 시작했고 더 이상 노인의 말(馬)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10여 년이 흐른 2020년, 나는 다시금 그 좌우명을 꺼내 보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많은 사람의 신년 계획을 마음대로 바꾸기 시작했고 심지어 통일시켜버렸다. ‘계획 1번(중요) : 마스크 착용’ 나 또한 그의 폭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내 안경에는 항상 김이 서리고 있었다.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대가였다. 게다가,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를 탄생시켜 나를 점점 더 짙은 어둠으로 몰아갔고,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내 기분 또한 한 단계 낮춰 일상에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게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듣는 노래 리스트였다. 밝고 경쾌한 곡들이 많았던 리스트는 어느새 어둡고 무거운 것으로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다. 새로 추가된 곡 중 가장 많이 듣고 있던 곡은 ‘마왕’ 신해철의 곡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정규 2집 <Myself> 2번 트랙 ‘재즈 카페’라는 곡이 내 마음을 크게 두드리고 있었다. 이 곡의 특징은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드는 후렴구의 가사인데, 결코 어떠한 정답이나 방향도 알려주지 않았다. 스스로 찾아가기를 권했다. 타인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노래가 재즈 카페라는 세상에 울려 퍼지며 어디론가 향한다. 마치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다양한 생물들이 변화무쌍하게 어우러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한 올해 내 인생은 재즈와 같았다. 연초에 세웠던 장기계획은 불규칙한 힘에 이끌려 단기계획들로 바뀌었고, 당장 내일을 예측할 수 없었으며, 우연의 연속이 계속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복(福)인지 화(禍)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2021 신축년에는 그저 내가 연주하는 한 음 한 음을 소중하게 여기며 인생이라는 곡의 완성을 위해 계속 건반을 두드릴 것이다.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馬)처럼 말이다.



P.S.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밸런타인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 신해철 ‘재즈 카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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