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계획 없는 게 계획

by 글도둑

퇴사했다. 굳이 따지자면 미복귀 퇴사랄까. 3월 31일 자로 두 번째 회사였던 카페에서 퇴사한다. 휴가를 썼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얼마만의 백수 생활인가. 이렇게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몰라서 자꾸 글을 쓰게 된다. 여행 가게 된다면 글 쓰는 시간이 더 줄어들까 아니면 늘어날까. 아마도 제주도에 도착해야 알 것 같다.


나는 전형적인 비몰이 여행객 중 하나다.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여행지에서 비 소식을 접한다. 특히 제주도는 2타수 2안타인데 내가 출발하는 주에도 비 소식이 예정되어 있어서 3타수 3안타가 될 듯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계획은 없는 게 계획이다. 계획을 짜도 어차피 그렇게 못 다닌다. 일단 나는 걸어 다닐 생각이니까 더욱 그렇다.


계획은 없더라도 목적은 있어야 한다. 서핑, 독서, 글쓰기, 사색과 휴양이 주된 목적이다. 많고 많은 여행지 중에서 제주도로 정한 이유는 작년에 못한 서핑을 즐기고 싶어서다. 아직 봄이라 서핑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서핑을 못하면 그냥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늘어지게 있다가 책이나 읽지 않을까. 그러다가 생각나는 거 있으면 글을 쓰는 거다. 좋은 경치를 보면서 많이 걸어 다니며 생각 정리도 해볼 생각이다. 비가 오면 누워서 생각하겠지만.


제주도 여행을 위해서 항공권을 끊었다. 당연히 편도다. 숙소도 3일 치만 잡아놨다. 한 곳에서 말이다. 제주도행 편도는 9,000원이었다. 요새 항공업계가 정말 힘들긴 하겠구나 싶다.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 잠만 잘 거니까 좋은 숙소는 필요 없다. 만약 좋은 숙소가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지.


늘 계획대로 살다가 계획 없이 움직이려니 귀찮음이 앞선다. 계획이 있으면 시간에 맞춰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늘 바빴다. 계획이 없으니 할 게 없고, 할 게 없으니 놀기만 했다. 놀다 보니 최소한의 준비를 하는 게 귀찮아진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미루고 미루는 무계획 여행.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언제쯤 돌아오게 될까. 최소 일주일로 잡았는데 그보다 빨리 돌아오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 일은 언제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 부디 재밌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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