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짜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이 주르르 주르르 흐르는 것과 같다. 김포 공항을 가기 위해서 2시간 30분의 여유를 잡고 출발했다.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니까 넉넉히 잡은 건 줄 알았다.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공항버스가 안 온다는 점이었다. 공항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탔다. 내가 공항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내가 예약한 비행기는 수속을 끝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공항을 뛰어다니지 않았다. 공항버스는 8,000원이었다. 내가 끊은 제주행 비행기 티켓은 9,000원이었다. 한 장 더 끊었을 때도 9,000원이었으니 나는 18,000원짜리 비행기를 탄 셈이다. 이렇게 부담감 없는 항공권이라니.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공항에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면서 말이다.
비행기에 올라서 눈을 감기 전 문득 예전에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월드 워 Z’라는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에서 비행기 장면이 등장한다. 몰래 탄 좀비 덕분에 결국 항공기가 추락하게 되고 주인공도 부상을 입는다. 이 비행기에 좀비가 있어서 우리를 공격해오면 어떻게 될까?
비행기를 타면 한 번쯤 추락하는 상상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만약 지금 시즌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굉장히 일찍 종식되지 않을까? 좀비가 되면 지능이 퇴화된다는 가정이 기본이다. 일부 좀비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마스크를 벗을 지능이 되지 않는다면 좀비가 돼도 무해한 좀비가 된다. 마스크를 쓴 상태로 사람을 물어뜯기는 어려우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스크 안 쓴 사람은 일단 쏴 죽이고 보는 정서가 생기지 않을까. 마스크를 안 쓰면 과태로 10만 원이 부과되는 게 아니라 두개골에 총알이 먼저 부과되는 세상.
잡다한 생각 끝에 어느새 비행기는 제주도 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 만에 도착한 제주도. 계획 없이 움직이니 시간이 참 많이 잡아먹혔다. 비행시간은 1시간이지만 버스를 기다린 시간이 2시간 가까이 된다. 심지어 내가 잡은 숙소는 월정리라는 곳이었고 버스로 1시간을 더 가야 했다. 분명 집에서는 2시에 나왔는데 숙소는 8시에 도착하게 생겼다. 그래도 괜찮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시간이 남아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