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3타수 3안타

by 글도둑

3타수 3안타. 제주도라는 타석에 들어왔을 때 날씨를 때렸더니 ‘우천’이 나온 성적이다. 그렇다. 제주도를 가기만 하면 비가 왔다. 3번 가서 3번 모두. 물론 여행 내내 비가 온건 아니다. 여행 기간 중에 한두 번 정도 비가 왔을 뿐이다. 사실 제주도뿐만 아니라 여행을 가면 늘 비와 함께 다니곤 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비를 몰고 다녔다.

비행기를 탔다 하면 비와 자주 만났다. 스페인, 영국, 체코, 벨기에, 일본, 제주도. 여행 가방에 우산을 하나 넣어 다니는 게 당연해졌다. 근데 제주도의 경우, 비가 오면 우산이 영 쓸모가 없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오는 비가 아니라 옆에서 온다. 우산을 쓰더라도 머리카락만 젖지 않는 게 전부다. 게다가 튼튼한 우산이 아니면 고장 나거나 날아가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비 오는 제주도는 노란 우비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물론 우비를 뒤집어쓴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뽀송뽀송한 시간을 약간 늘려줄 뿐이다. 밖에 있다 보면 결국 우비 안에도 습기가 가득해진다.

내 첫 번째 제주도 여행에서는 성산 일출봉을 보러 갔었다. 일출을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갔지만 비와 안개로 일출이 아니라 태양조차 보지 못했다. 두 번째 여행은 올레길을 걸었다. 우비를 뒤집어쓰고 올레길을 걸었는데 마치 물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찐득한 습기와 짠내, 그리고 거센 바람의 콜라보. 이번 세 번째 여행은 뚜벅이 여행이기에 더 힘들었다. 일정이 없었기에 비가 오는 날은 카페에 들어가 있거나 숙소에 틀어박혀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비는 강제 휴식을 안겨준다. 게스트 하우스에 누워서 빗소리를 듣다 보면 운치 있고 좋았다. 딱 하루까지는. 멀리 제주도까지 와서 이러고 이렇게 누워있어야 하나. 하루 왔으면 됐지 왜 계속 올까 싶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잠깐 나가서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이것도 나름 괜찮지만, 그래도 타율은 조금 떨어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여행을 세 번 와서 세 번 다 비가 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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