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용마폭포 공원을 걸었다. 9시가 넘었을 무렵, 한적한 산책로를 지나 폭포 앞에 도착했다. 폭포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폭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핑크빛에 보랏빛으로, 보랏빛이 푸른빛으로 변해갔다. 자연적으로 꾸며놓은 티가 나는 바위 위로 물줄기가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 밑에는 둥그런 공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짧은 계단이 있었다. 앉아서 공연을 보거나 폭포를 보라고 만들어진 듯했다. 그곳에는 가족들과 커플들이 앉아있었다.
근처에는 사람들의 소리가 가득했다. 줄넘기를 하는 소리, 배드민턴 라켓이 공을 때리는 소리, 아이의 뜀박질 소리, 가족의 웃음소리까지. 바위틈 사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사람들의 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저기 폭포 말이야. 겨울이면 얼까? 인공 폭포니까 슬러시 기계처럼 되는 거 아닐까?”
“세금 낭비할 일 있냐? 기계를 끄겠지. 고장 나면 다 우리 세금이야.”
“나 스무 살부터 냈으니까 내 지분도 꽤 있지 않을까? 슬러시 폭포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시답잖은 내 헛소리를 듣던 친구는 저 앞에서 유모차를 흔들고 있는 가족을 보다 말했다.
“야, 너는 결혼할 생각 있냐?”
올해 말에 결혼식을 준비하다 싸워서 지금은 결혼을 미룬 사람이나 할 소리였다.
“인간적으로 여친는 생겼는지 먼저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
“미안, 근데 여태 여친 안 만나고 뭐 했어? 어쨌든 내가 말하는 건 그냥 연애하더라도 결혼 전제로 누굴 만날 생각이 있냐는 거야.
“글쎄다, 결혼이라는 생각 자체가 머리에 없는데. 일단 경제적인 여유가 생길 때까지는 결혼 생각 안 할 듯?”
“그래서 경제적 여유가 얼만데? 월에 몇백을 벌어야 여유 있는 걸까? 몇백이든 몇천이든 나가는 게 많으면 여유가 없을 수도 있잖아. 만약에 네가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까지 결혼 생각이 없다’라고 주장하려면 구체적인 넘버가 나와야 해. 내가 월 500만 원 이상 벌기 전까지는 결혼 안 한다 뭐 이런 숫자가 나와야 한다는 거지.”
“그렇긴 하네, 구체적인 넘버가 있어야 기준이 잡히긴 하지. 그래서 넌 결혼식 넘버는 언제 잡을 건데?”
“지금은 모르겠다. 그 전에는 뭔가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야, 혹시나 이야기하는 건데 연애 시작하더라도 결혼 이야기는 함부로 꺼내지 마. 난 이번에 결혼식 파투 나면 몇 년 동안은 연애 못할 것 같다.”
“이야 정말 좋은 조언이네, 솔로에게. 여친 생기면 반드시 참고할게.”
친구는 공원에 올라오는 길에 샀던 캔 맥주를 들었다. 나도 따라서 맥주를 들어 친구의 맥주에 툭 하고 건드렸다. 초록빛 캔 맥주를 입가에 가져가 살짝 기울였다. 쌉싸름한 맥주가 입에 맴돌다가 묵직한 뒷맛과 함께 넘어갔다. 알코올의 향과 함께 살짝 비릿한 쇠 맛이 같이 올라왔다.
다 마신 빈 캔을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자판기 근처로 걸어갔다.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자판기 옆에서는 꼬마 아이에 부모님에게 음료수를 사달라며 떼를 쓰고 있었다. 친구는 무뚝뚝한 얼굴로 가족들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캔을 버리고 천천히 공원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