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00

by 글도둑

로고 디자인은 아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부업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고 솜씨도 몇 번 본 적 있었다. 시안은 두 종류가 나왔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끝에 지금의 로고로 정해졌다. 그렇게 로고를 만드느데 40만 원을 썼다. 그 이후에 상표등록도 진행 중인데 상표 등록은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신청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로고는 청새치다. 커피를 하는데 왜 청새치냐고 묻는다면 혹시 '노인과 바다'를 읽어본 적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사투 끝에 청새치를 낚은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다가 상어들에게 고난을 겪는 이야기다. 그 끝에서 노인이 간신이 낚아 올린 청새치는 앙상한 뼈만 남아서 해안가에 도착한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청새치.


솔직히 말하자면 창업과 함께 그 뒷 일도 같이 생각했다. 망할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다. 서른 이전에 창업하고 망하고 나면 다시 취직하기 위해서 학사 학위도 땄다. 그래서 로고가 청새치다. 앙상하게 뼈만 남더라도 청새치를 낚아 올렸다는 행위는 변함이 없듯이 망하더라도 내가 창업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블랙 말린 은 청새치의 이명이다. 이런 브랜드 이름을 만든 이유 중 하나는 검색했을 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다. 원래는 로스터리가 아니라 독립 서점이나 카페가 목표였는데 창업 준비 중에 다양한 부분은 변했지만 브랜드 이름과 로고는 그대로 유지했다. 인문학과 커피를 결합하겠다는 거창한 생각도 포함시키면서. 커피야 말로 인문학과 함께 하기 좋지 않을까.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밤을 지새울 때 우리는 커피와 함께 하니까 말이다.


로고는 부동산을 보러 다니면서 준비했다. 모티브를 정하고 로고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부동산이었다. 한 번도 부동산을 방문해본 적 없는 나에게 부동산이라는 공간은 어른들의 장소 같았다. 집 외에 내가 머물렀던 곳은 회사와 기숙사 밖에 없었으니 부동산에 갈 일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사업장을 임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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