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하여
2,200,000. 화면에 비치는 숫자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그 돈을 현금 뭉텅이로 꺼내 놓는 걸 추천한다. 그래야 빌어먹을 상실감이 확 와닿을 수 있으니까. 아니면 그 돈으로 치킨을 얼마나 시켜 먹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거나. 220만 원으로 치킨을 시켜먹는다면 대충 100마리가 넘는 닭 모가지를 비틀어야 한다. 나는 그런 돈을 날렸다.
창업 준비한다면서 한 달 정도 부동산을 둘러봤다. 로스팅 작업실을 구하는 것이 목표였다. 평수는 최소 10평 이상. 집과 가까워야 하고 지하든 꼭대기든 상관없지만 대신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이 있어야 했다. 커피 원두를 볶아서 파는 사업은 볶는 시간보다 포장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래서 찾았던 곳 중에서는 1층인 곳이 있었다. 14평짜리 상가는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꽤 깔끔한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 우체국이 있어서 택배 보내기 좋아 보였다. 택배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거하려면 최소 일일 물량이 나와야 하니 그전까지는 직접 붙여야 한다.
내가 원하는 조건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역에서 가까우면서 저렴한 상가는 드무니까. 집 근처에 있는 3개의 역을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을 탐방했다. 인터넷에 올려진 공고에서 대략적인 예산을 잡을 수 있었다. 보증금은 1000 ~ 2000만 원, 월세는 50 ~ 80만 원 선이었다. 적어도 15평 내외의 상가를 구하려면 그 정도가 필요했다. 더 저렴하고 넓은 상가도 있었지만 보통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였다. 부동산 명함이 수두룩해질 때쯤, 한 곳과 계약했다. 1500에 60, 1층에 있는 14평짜리 작은 상가. 식품 가공업으로 허가가 나오는지, 가스는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하고 계약했다. 그다음 주에 같은 공인중개사가 올린 같은 건물, 같은 평수의 매물이 1000에 50으로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들어갔을 것이다.
살짝 약이 올랐다. 내가 계약하자마자 보증금과 월세를 내리다니. 다시 한번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봤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중계 수수료만 내면 계약 해지가 가능했다. 남은 잔금을 주기 전까지는. 계약 해지해도 중계비를 내야 한다니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계약을 파기하고도 만회하는 월세와 장소가 있을까. 내 계약금 150만 원과 중개비 70만 원. 총 220만 원을 날려도 괜찮은 곳.
놀랍게도 있었다. 그것도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매물이었다. 지하 1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있는 상가였다. 40평 규모지만 2/3은 임대인이 사용하고 있어서 25평 정도 되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수도와 가스는 임대인이 공사해준다고 했다. 임대료는 1000에 30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계약했던 곳은 1년 기준으로 월세 60만 원과 부가세 6만 원, 관리비 15만 원이 들어간다. 한 달에 81만 원이 드는 셈이다. 1년 기준 972만 원. 반면 지하 1층 상가는 임대료와 관리비 포함 45만 원, 1년에 540만 원. 여기에 성급한 계약으로 날리게 되는 돈 220만 원을 포함하면 760만 원이다. 계약을 해지해도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남는다. 2년 계약이면 그 갭 차이는 더 커진다.
월세는 절반이고 평수는 2배라니. 물론 평수가 넓은만큼 공사하는데 돈이 더 든다. 사업이 잘 굴러가면 어차피 더 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잠깐 사이에 월세를 내려서 받은 짜증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 돈을 날려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지.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돈이 허공에 뿌려졌다. 부동산 공부한 것 치고는 값이 비싼 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