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원이 약 9만 원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임대한 곳은 저렴하고 넓은 지하 1층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어지는 문이 아니라 주차장으로 나와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처음 오는 사람이 찾기는 어렵지만 어차피 로스팅해서 온라인으로 파는 게 주목적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일단 월세가 저렴하니까. 나는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았고 시간은 넉넉했으니 웬만한 건 내가 직접 하려고 했다. 실제로 그게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예쁘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임대한 상가의 문은 양문형에 강화유리로 되어있다. 무타공 도어록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보통 문은 구멍을 뚫어서 도어록을 끼우고 반대편에는 홈을 파서 잠금이 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양문형은 반대편 문에 홀더를 끼워서 홀더와 도어록이 잠가지는 형식이다. 구멍을 뚫을 필요는 없지만 대신 도어록과 홀더를 구매해야 해서 더 비쌌다.
처음에는 어플을 통해서 견적부터 받았다. 인테리어 견적을 알아볼 때 나온 어플이었는데 필요한 내용을 올리면 근처에 있는 업체에게 견적서가 날아오는 형식이었다. 얼마 안들 것 같아서 그냥 사람 부르려 했다.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를 불렀다. 도어록 구매비용이 10만 원, 출장비용(멀리서 오는 경우)과 설치 비용이 5만 원에서 10만 원가량이었다. 처음에 사진 찍어서 보내주니 어떤 분은 문짝이 살짝 뒤틀려있어서 설치가 까다로울지도 모른다고 했다. 살짝 뒤틀려있으면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오히려 불편하다고. 만약 문 아래의 힌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문을 아예 갈아야 한다고 했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견적을 올린 지 5분 만에 5건이 넘는 연락이 오자 일단 상담을 중단했다. 가장 편하고 값싸게 부릴 수 있는 내가 있는데 돈 주고 사람을 불러야 하나. 직접 해보기로 결정했다. 비용은 8만 6천 원이었다. 교체하는 방법을 유튜브로 공부하면서 인터넷에 도어록과 홀더를 주문했다. 하필 설치하는 날이 몹시 추웠다. 덜덜덜 떨면서 일자 드라이버를 문고리에 집어넣으니 쑤욱하고 문고리가 들렸다. 아니, 이렇게 쉽나?
생각보다 단순했다. 문고리는 정말 단순한 구조다. 구멍이 나있는 유리 안에는 나사가 하나 들어있었고 그 나사 앞 뒤로 문고리가 달려있었다. 도어록은 문고리와 유리문 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문이 뒤틀려있는 게 아니라 그 나사가 헐겁게 고정돼서 잠금장치가 흔들리는 게 문제였다. 인터넷으로 문 힌지 고정법과 도어록 설치 방법을 공부한 보람이 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설치하면서 드는 생각은 딱 두 개였다. 나중에 실리콘이라도 쏴서 고정시켜야겠다는 게 첫 번째. 유리문으로 된 곳은 마음만 먹으면 털기 쉬우니까 꼭 CCTV도 설치해야겠다는 두 번째.
설치를 끝내고 비밀번호와 스마트키를 등록했다. 근데 문을 닫는데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건전지도 끼고 설정도 잘 됐는데, 왜? 한참을 조작하고 인터넷을 뒤져본 끝에 도어록에도 자동 잠금 설정과 수동 잠금 설정이 되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자동 잠금 설정으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면서 고생한 끝에 발견했다. 내가 받은 설명서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한 설명서가 다르다는 사실을. 자그마치 1시간 넘게 찾아본 결과였다. 설치하는 데는 정작 10분도 안 걸렸는데 말이다. 자동 잠금 설정으로 돌리고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보고 뿌듯해졌다. 20만 원을 8만 6천 원으로 해결했다는 금액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지만, 작업실을 만들어가는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