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베이커리 카페-마감 할인

by 글도둑

'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해라'라는 의미가 더 강했던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움찔했다. 그러나, 난 알바생이였다. 책임감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파트 타이머 말이다. 내가 과연 낯선 사람들에게 마감 할인한다고 소리칠 수 있을까?


"네, 하면 되죠."


마감 준비를 하면서 빵을 상자에 담고, 디저트들을 상자에 다 담고 나니, 어느새 7시 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감 할인은 앞으로 1시간 30분, 그러니까 백화점이 폐점하는 9시까지였다. 저 멀리 서는 벌써 마감 할인한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었다. 옆 옆 매장의 빵집이었다.


"마감 할인해드려요! 빵 3개에 만원입니다!"


저쪽에 있는 빵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 주변에 있는 곳,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만 둘러봤기 때문이다.


"들리죠?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해요. 흠, 흠, 마감 할인하고 있습니다! 빵 한 박스에 만원, 샌드위치 두 개에 만원에 드려요! 타틀렛 두 개도 만원에 드리고 있어요!"


그는 꽤 큰 소리로 외쳤다. 나도 덩달아 외쳤다.


"마감 할인하고 있습니다. 빵 한 박스에 만원에 드리고 있어요! 샌드위치 두 개에 만원에 드리고 있습니다!"


마감 할인을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사람이 꽤나 많이 몰렸다. 나름 단골 고객이 있는지라, 마감 할인을 기다리는 손님도 있어 보였다. 샌드위치, 디저트 종류는 팔기 쉬웠다. 그냥 그대로 비닐봉지에 담아서 팔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빵 한 상자였다. 한 상자에 있는 빵을 전부이지 포스에 찍어서 날려야 했다. 생산과 폐기량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저기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고객님."


태블릿과 PC 모니터를 동시에 다뤄야 했다. 밀리는 손님들을 빨리빨리 쳐내려면 빠른 결제가 필요했는데, 백화점 포인트, 주차 차량, 매장 포인트까지 체크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렸다. 가뜩이나 바쁠 때, 커피나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이 생기면 당황스러워졌다. 시간이 배로 들어갔다.


마감 준비를 하고, 마감 할인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렀다. 8시 30분쯤 되면 슬슬 백화점에 손님들도 없어지고 빵도 대부분 팔린다. 그렇게 되면 천천히 매장 마감 준비를 시작했다.


"슬슬 커피 머신도 하나 마감하고, 뒤에 홀도 한번 쓸 거예요. 커피 머신은 여기 이 버튼을 동시에 눌러주시면 기계가 알아서 청소하니까 눌러만 주면 되고, 8시 50분이 되면 남은 것도 마감하고 한번 씻어주면 끝나요. 홀은 한번 쓸기만 하면 되고, 여기 있는 쓰레기 통만 비우면 돼요. 또, 마감할 때, 할인해서 판 수량이 얼마인지 체크하거든요? 그걸 만. 행, 만원의 행복이라고 불러요. 이건이지 포스에서 판매내역 조회에서 볼 수 있어요. 그다음에는 일별 매출조회로 각 제품 당 몇 개씩 팔았는지 사진 찍고, 마감 정산에서 정산 끝내고 마감하시면 끝나요. PC에서는 이렇게 마감하고, 태블릿은 그냥 사번, 비밀번호 입력 후 종료하시면 돼요. ATM기에 입금해야 하니까 현금, 상품권은 여기 종이봉투에 다 챙겨주시고요."


마감 할인해서 판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생산량, 폐기량을 체크하고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고객님이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평균적으로 꾸준한 제품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체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반죽이 수입되다 보니 이렇게 생산과 폐기에 대해서 꽤나 신경을 쓰는 듯했다.


"여기, 진열대 밑에는 버튼이 있는데 여기 꾹 누르면 램프가 꺼져요. 마감할 때 종 치면서 노래가 나오는데, 그게 끝나면 꺼주세요. "


- 댕, 댕, 댕, 댕

오늘도 즐거우셨나요?.........


종소리가 들리고 백화점에 내레이션이 울려 퍼졌다. 앞쪽에 있던 이벤트 코너의 사람들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들은 그 위에 천만 덮으면 일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금과 상품권을 정리하고, 매장을 쓸고, 쓰렉,를 비우고, 남은 빵을 가져가야 했다.


"뭐 드실 거예요? 아, 아니다. 여기서 일하려면 빵이 무슨 맛인지 다 알아야 한다고 점장님이 그러더라고요. 초기에는 가급적 많이 가져가서 많이 드셔 보세요. 살은 조금 찔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어요. 하하하"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든 비닐봉지에는 팔다가 남은 빵이 잔뜩 쌓여있었다. 남은 빵, 샌드위치, 디저트들은 진열대 밖에 내놓았는데, 퇴근하시던 약사분들, 옆에서 일하던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나눠줬다. 그들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가져가 거다 다른 제품을 달라고 떼를 썼다.


"저기, 나 저거 하나만 주면 안 돼?"


특히나 어떤 약사분은 노골적으로 달라고 떼를 썼다. 호의가 계속되니까 권리인 줄 안다고 외치던 류승범이 생각났다. 이상하게도 내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닌데, 기분이 나빴다. 약사들에게는 안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나의 첫 마감이 끝났다.


9시 이후,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는 정지된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로 가야 했다. 쓰레기봉투를 짊어지고 매장을 빠져나와서 백화점 뒤편으로 향했다. 직원들의 휴게실, 화장실, 보관함이 있는 곳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슈트장'이라는 쓰레기를 모아놓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쓰레기봉투를 던지고 1층으로 올라갔다.


"여기서 마감 입금을 하고 찍은 사진을 전부 점장님께 보내드리면 끝이에요."


ATM기에는 이미 다른 직원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5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는 직접 ATM기를 사용하면서 쓰는 방법을 알려줬다.


"여기도 사번, 비밀번호 입력하고, 마감 입금, 수표 + 지폐 + 동전 입금, 확인, 자사 상품권 입금을 차례대로 진행하시면 돼요."


지폐를 넣고, 통에 동전을 쏟아붓고, 상품권을 입금시키자 비로소 모든 일이 끝났다. 남은 것은 내 손에 들려있는 빵, 디저트, 샌드위치 뿐이었다.


"이렇게 하시면 돼요. 그럼 수고 많으셨어요. 하하하, 마지막이라서 후련하네요. 그럼 잘 지내세요!"


"아, 넵,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밖을 나서자, 매캐한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직원 출입구 바로 앞에는 의자가 있었는데, 매장을 마감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담배를 피우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도 많았지만, 간혹 여자들도 보였다.


나는 빠른 발걸음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버스를 탔다. 한가득 들어있는 빵을 보면서 과연 내가 일해서 번 오늘 일당이 비쌀지, 내가 들고 나온 빵이 비쌀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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