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지하 1층에는 남녀 화장실의 위치가 정 반대다. 여자 화장실은 엘리베이터 옆에 있고, 남자 화장실은 대각선으로 반대쪽이었다. 우리 매장은 여자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 여자 화장실 옆에는 직원들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다. 그 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좁은 복도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처음에 만나는 공간은 냉장고와 오븐이 있는 방이다.
우리는 후방 냉장고 또는 오븐실이라고 불렀다. 그곳에서 과일이나 우유를 꺼내고, 직원들은 오븐에서 빵을 구웠다. 그곳은 다른 빵집도 재료를 보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물론, 서로 인사도 잘 안 했다. 라이벌 격인 빵집이라서 그럴까.
그곳을 지나쳐 앞으로 더 나아가면, 백화점 직원들이 상주하는 곳이 있다. 붉은 배지를 자랑스레 달고 다니면서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구석진 곳에 일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더 앞으로 가보자. 그럼 큰 공동주방이 하나 있다. 즉석식품을 조리하고 재료를 손질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도 우리의 냉장고가 두 개 있다. 잘 쓰진 않지만 있긴 있다. 그곳을 지나서 쭉 가면 여러 창고들 사이로 남녀 화장실이 하나 나온다. 화장실에서 몇 발자국만 더 가면 왼쪽에 의자와 계단이 나온다. 여직원 휴게실과 직원 휴게실이 보인다.
우리 매장은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에 맞춰서 휴식 시간이 있다. 백화점은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 다리가 저리고 발바닥이 쑤시기 일쑤다. 그 때문인지 휴게실이 제대로 되어있었다. 계단 앞에는 여직원 전용 휴게실이 하나 있고, 그 앞에는 보통 쉬시는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남녀 공용 휴게실이 있다. 여직원과 남직원을 구분해서 쉴 수 있도록 바깥쪽은 여직원, 뒤편은 남직원이 사용한다. 커다란 나무판으로 반을 나눠놨고 사람이 지나갈만한 통로만 만들어놨다. 그곳에는 1인용 소파와 발을 올릴 수 있는 작은 받침이 주르륵 있다. 보통 3시 ~ 6시에는 휴게실이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밖에 있는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분들도 계신다.
남녀 휴게실은 구분되어 있다. 그 앞에 경고문구도 적혀있다. 남녀가 섞여서 앉아있지 말라고 말이다. 아무래도 사건이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인 듯싶다. 백화점의 특성상, 여성 직원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여성 전용 휴게실은 별도로 하나 더 있다. 그런데 공용 휴게실의 뒤편, 남성용 공간에는 아주머니들이 꽤 자주 들락 거린다. 힘들어서 쉬러 왔는데, 아주머니들이 그곳에서 쉬고 있는 걸 보면 약간 짜증이 난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내 자리를 빼앗긴 기분이라서 그렇다. 남성 휴게실은 여기 빼고는 없으니까.
종종 휴게실 앞 의자에서 왁자지껄 떠드시는 분들이다. 휴게실의 80%는 주무신다. 피로를 푸는 최고의 방법은 '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다를 정말 큰 소리로 떠드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것도 꽤나 자주. 자려고 눈을 감아도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를 버티는 것은 고역이다. 나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어도 좁은 휴게실이라 나가기도 꽤 어렵다. 방법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다.
휴게실에서는 숨소리와 코 고는 소리로 조용하다. 책을 들고 가서 한 30분 정도 읽다 보면, 나른하게 졸리다. 그럼 나도 책을 덮어두고 30분 뒤에 진동으로 스마트 폰이 울리도록 설정한다. 그리고 다리를 쭉 뻗고 잠을 청한다. 신발을 벗고 발을 뻗으면 다리에 피가 제대로 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백화점에서 우리는 그렇게 쉰다. 짧지만 꼭 필요한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