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베이커리 카페-커피공부

by 글도둑

북카페를 차리기 위해서 카페에서 일을 해보려고 했다. 그걸 위한 아르바이트였다. 그 중심엔 역시 '커피'가 있었다. 원래 배우고 싶었던 것은 커피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아이스 하나요!"


에스프레소 머신 근처에서 일을 하다가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를 갈아주는 기계, 그라인더포터필터를 넣고 버튼을 누른다. 포터필터는 묵직하고 큰 숟가락처럼 생겼는데, 안에 작은 구멍이 많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물이 통과하게 되어있다. 원두를 갈아주는 기계가 약간 오래되서 그런지 버튼을 여러번 눌러야 원두가 갈릴 때가 있어서 짜증이 난다.


위이이이잉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갈려진 원두가 떨어진다. 포터필터에 쌓인 원두가루를 커다란 도장같은 것, 탬퍼로 꾹 눌러준다. 이렇게 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에 끼운 후, 버튼을 하나 누른다. 그럼 두개로 나뉘면서 추출 에프레소가 떨어진다. 그걸 밑에 있는 조그마한 에스프레소 잔으로 받는다. 그와 동시에 두꺼운 종이컵(우리는 핫컵 이라고 부른다.)에 뜨거운 물을, 플라스틱 컵(또는 아이스 컵)에 얼음과 물을 넣고 기다린다. 우리 매장은 기본 투 샷이다. 에스프레소 샷이 두 잔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커피의 향과 맛이 상당히 진한 편이다. 더불어 쓴 맛도 말이다.


볶은 커피 원두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솔직히 아직도 향이 어떤지, 고소한 맛이 강한지 신맛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약간 고소한 맛이 강한 듯 하다. 하지만 투 샷이 들어가면 고소하든 시든 결국 쓴 맛이 강해서 종종 연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다.


예전에 아메리카노가 왜 가장 기본적인 메뉴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빨리 나오는지 궁금했었다. 커피를 타 보니, 알겠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사람 손이 가장 덜 가는 커피'다.


에스프레소는 말 그대로 원두에서 바로 추출한 물이다. 원액이라고 보시면 된다. 아메리카노는 거기에 뜨거운 물 혹은 차가운 물을 탄 것. 그래서 가장 단순하고 빨리 할 수 있는 메뉴였다. 나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완성하자 진동벨 호출기에서 버튼을 눌렀다.


'8번'


매장에 있는 진동벨 중에서 1 ~ 7번은 잃어버렸다. 손님이 가져가고 안돌려줬다나, 뭐라나. 참 신기한 일이다. 종종 손님들이 진동벨을 가방에 넣고 가시거나, 쇼핑 카트에 두고 가시는 일이 발생하는 듯 싶다.


"아메리카노 두 잔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진동벨을 들고 오시면 커피를 드리고 진동벨을 받는다. 내가, 혹은 다른 알바생이 말이다.


커피를 배우면서 상당히 '별거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 대신 우유가 들어가면 라떼, 시럽이나 모카 베이스가 들어가면 마끼아또나 카페 모카가 된다. 당연히 커피 원두 종류나 로스팅, 올바른 추출법과 라떼아트등 더 깊이 들어가면 어려울 게 뻔하다. 허나,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하는 커피, 더군다나 베이커리 카페에서 파는 커피에게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는 무리가 아닐까.


커피를 배우는 것은 2일이면 충분했다. 단순한 기계 조작에 불과했다. 그게 전부였다. 심지어 에스프레소 머신에 있는 6개의 버튼 중에서 쓰는 버튼이라고는 단 하나, 투 샷을 내리는 버튼 밖에 없었다. 과연, 내가 북카페를 차릴 때, 바리스타 자격증이란게 필요한가 의문이 들었다. 커피을 진지하게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바생에게 커피를 맡길거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할 때, 14초 ~ 15초가 딱 적당하다고 배웠다. 손님이 몰려오면 그런거 없다. 최대한 빨리 뽑고 빨리 가져다주는게 손님도 불평불만이 없다. 맛을 위해서 기다려달라고 하면,


"네, 알겠어요."

보다는

"그냥 빨리 주세요."


라는 대답이 더 많이 나올 게 뻔하다. 그들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이유는 첫째, 쇼핑하다가 쉴 공간이 필요한데 아메리카노가 가장 적당해서, 두번째 빵을 먹는데 음료가 필요한데 아메리카노가 가장 적당해서.


그러니까 구분하기 어려운 커피의 향과 맛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빠르게 앉아서 쉴수있는 편한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 요즘 카페의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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