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베이커리 카페-우애와 결제

by 글도둑

여러분들이 고객의 입장으로 백화점에 가신다면, 말씀 드리고 싶다.


'여러분들의 우애는 알바를 힘들게 만든다.'


"저기 뿔레 두 개 주세요!"


지하 1층에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이 쪼르르 와서 주문했다. 나는 봉투에 뿔레 샌드위치를 넣어서 결제를 하려고 했다.


"여기서 마음에 드는 카드 뽑으시면 돼요!"


카드는 분홍, 초록, 노랑, 총 3장이었다. 온 사람도 3명. 나도 많이 해본 일이다. 어차피 인생은 복불복, 나만 아니면 되는 거다.


노란색 카드를 들어서 긁었다. 나에게 말했던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노란 카드가 바로 이 사람의 카드인가 보다. 이런 복불복 게임은 나름 유쾌하고 재밌다. 때로는 부담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할머니와 어머니, 이웃사촌, 친구들, 연인들.

이들은 종종 내 카드로 계산하라면서 카드를 내민다.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아니, 이걸로 해주세요!"


두 개의 카드가 알바에게 향하는 순간, 알바는 당황한다. 뭘로 긁어야 할까, 찰나의 순간이지만 고민된다. 우선 연인 관계에서는 가급적 여성 카드로 결제를 한다. 베이커리의 특성상, 달달한 디저트에 혹한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를 끌고 오는 경우가 많고 여성이 주로 먹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가끔씩 우락부락한 남자가 자기 껄로 계산 안 하면 때릴 것 같은, 남자의 자존심을 드러내는 경우는 예외.


할머니와 어머니의 경우는 할머니의 카드로 하는 편이다. 연장자 말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 그 정도 나이 때가 되셨으면 자녀들에게 용돈도 받으실 텐데, 그 돈으로 사시는 셈 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가방에서 카드를 아주 느리게 꺼내는 경우는 예외다. 자고로 손님이란 빨리 결제하고 깔끔하게 먹고 가시는 분들이 최고다.


가장 힘든 경우가 바로 친구 사이, 혹은 이웃사촌 사이다. 종종 아주머니분들이 서로 '~~ 씨'라고 부르거나 '~~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그럼 이웃사촌끼리 장 보러 온 거다. 그런데 이분들이 서로의 카드로 계산해달라고 하시면 심히 당황스럽다. 그럴 때는 그냥 빨리 준 사람, 혹은 예뻐 보이는 카드를 받아서 결제한다. 친구 사이도 동일하다.


카드가 동시에 두 개가 내밀어지면, 알바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부디 둘 중 한 명은 말로만


"아니야, 내가 살게!"


하시면서 카드를 천천히 꺼내 주시기를 바란다. 그래야 알바가 덜 피곤하다.


돈도 아끼고, 알바도 덜 피곤하고, 좋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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