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D-day의 긴장감

<양들의 침묵>

by 박한희
일본 나라의 사슴공원


학생들이여,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당신만 이불 속에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양들은 왜 비명을 멈추지 않을까. 매년 2월의 마지막 밤은 유난히 정적과 미세한 긴장감으로 휩싸인다. 17년 째 반복해 온 개학이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마다 바뀌는 업무 분장과 새로운 학년의 낯선 아이들의 눈빛들, 새 교과서, 텅 빈 교실, 또다시 신규 교사마냥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1년이라는 무게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동료 교사들이라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마음을 마치 복제하듯이 공감하고 있을 터. 어린 시절 스털링을 잠 못들게 했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들의 비명’과 닮아 있다.


맞다. 항상 느끼는 것이였다. 개학 전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과 같다고.

왜 나는 익숙한 일터로 돌아가면서도 매번 이름 모를 공포와 마주치는가?


나는 2월부터 유난히 부지런히 움직인다. 깊게 잠에 들지 못하고 결벽증 환자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모두 뒤엎는다. 서랍 속 물건들은 군인들처럼 일제이 줄을 세우고 방바닥의 머릿카락 하나하나 일일이 줍는다. 내 안의 두려움의 소리를 소음과 피로감으로 덮어버리는 모양이다.

이 정도 연차가 되었으면 '도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나는 먼지를 닦으며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새 학기와 개학이라는 암흑 속으로 들어갔을 때, 비명은 멈추고 아이들과의 웃음소리와 래포 형성을 위한 나의 간절한 연기가 시작된다.


렉터 박사는 스털링에게 물었다.

“양들의 비명이 멈췄나?”

그는 두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직면하라고 말한다.

새로운 학생, 학기, 연차가 아무리 오래되어도 배정받는 낯설고 새로운 업무들. 사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은 파도처럼 쓸려오는 모든 것들에 대한 나의 ‘나약함과 취약함’ 아닐까.

모두가 나를 베테랑이라고 하겠지만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실수하지 않을까?”

“모르는 업무들은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며 1년을 견뎌야 할까?”


양들이 침묵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완벽히 하려 하지말고 어린 양 한 마리를 구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에 집중할 때 비명은 멈춘다. 아직 여전히 두렵지만 두려움을 안고 암흑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로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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