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 <알베르카뮈, 시시포스의 신화>
다시 월요일 아침이다. 새 학기, 낯선 교실의 문을 열 때면 어김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밀려온다. 올해는 또 어떤 아이들과 1년을 견뎌내야 할까. 매년 돌아오는 학기, 매일 반복되는 수업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밀어 올리다 보면 문득 허무가 밀려온다.
“언제까지 이 굴레를 반복해야 하는가?“
나의 교실 풍경은 흔히 상상하는 평화로운 모습이 아니다. 숨겼지만 옷 아래로 보이는 무시무시한 문신으로 도배한 아이들, 화장으로 얼굴을 잃은 아이들, 제 집 안방처럼 사물함 위에 누워 있거나 구석진 자리에 처박혀 존재를 감추는 아이들. 누가 봐도 내가 어른이고 교사건만, 실상은 그들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지루하고도 위태로운 반복을 그저 참아내는 것만이 정답일까? '이 학생들을 포기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면 그만일텐데‘ 하고 말이다.
똑같은 훈수와 훈계를 늘어놓으며 이 시간을 버텨보지만, 그 끝에는 무엇을 남아있을지 기대하지 않았다. 발버둥이라도 쳐야 이 막막한 일상에서 살아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정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굴러떨어지는 ’바위’의 노예가 아닌, 바위의 주인이 되어보기로. 나만의 신화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매일 같은 교실이지만 그 안에서 작은 변화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일상 위에 나만의 해석을 덧입히고, 남들이 보기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그 반복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돌이켜보니 어제의 수업과 오늘의 수업은 결코 같지 않았다. 어떤 날은 처참한 전쟁터 같아 좌절했지만, 다음 날 마음을 가다듬고 들어간 교실에선 아이들의 눈빛이 의외로 초롱초롱하게 빛나기도 했다. 사실 매일 다른 우주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산 정상에 올리면 여지없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평생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형벌.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 참 닮아있다. 하지만 다시 바위를 들어 올리러 산을 내려가는 시시포스의 마음은 매 순간 조금씩 달라지지 않았을까?
오늘 내가 밀어 올린 바위는 어제의 것과 같아 보이지만, 그것을 마주하는 '나'는 분명 어제와 다르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듯, 우리는 시시포스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모든 절대적 가치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긍정하는 '초인'이 되라고 했다. 어쩌면 시시포스는 니체보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비록 잔뜩 한숨을 쉰 채 수업에 들어갔다면, 내일은 무한한 감동을 안고 교실 문을 나올 것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하게 바위만 밀어 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 교실에서 나만의 서사와 신화를 써 내려가며, 나의 삶을 그 자체로 긍정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