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라는 파도 위에서

<석가모니-제행무상>

by 박한희


KakaoTalk_20260218_151921133_04.jpg 일본의 어느 다리를 지나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수백 가지의 에듀테크 도구가 쏟아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선생님, 이거 쉬워요. 1분이면 배워요."

누군가에겐 가벼운 도움말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속도는 힘겹고 버겁게만 다가온다.

'이대로도 충분히 잘해오고 있는데.‘


내심 쏟아지는 변화를 멈추고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변화를 거부하는 마음은 어느새 나를 '보수적인 사람', 혹은 '꼰대'라는 틀에 가두려고 한다.

세상은 쉴 틈 없이 변하는데 내 마음만은 어제를 붙잡고 놓지 않으니, 그 괴리감에 속에서 불이 나곤 했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것은 결국 변화한다.


나의 마음도, 아이들의 마음도, 우리가 발딛고 선 이 교실도 흘러간다. 변화를 저항이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일상은 풍요로워짐을.

스스로 가두었던 빗장을 풀고 마음을 열어본다. 실시간 현장에 실수가 없고자 사전에 미리 공부하고 열심히 연습한 도구를 수업 시간에 꺼내 놓았을 때,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재밌어요!"라고 외치던 순간의 뿌듯함을 기억한다. 지루했던 1시간이 생동감 넘치는 배움의 장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오히려 나와 학생이 다음 수업을 기대하게 된다.


'다음엔 또 어떤 도구로 아이들과 즐거운 소통을 해볼까?‘

거창한 혁신이 아니어도 괜찮다. 천천히, 조금씩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었구나 싶다.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며 매달리는 배움이 아니라, 순리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그 파도에 자연스럽게 몸을 실어보는 건 어떨까.

시간은 흐르고 변화는 막으려 해도 결국 문을 두드리며 찾아온다. 나이가 들어 늘어난 주름을 붙잡고, 그 사람이 변심하여 나를 떠나고,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었던 아이가 어느 순간 방황에 떠밀려 눈을 피한다.


석가모니는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것은 덧없다고 설파했다. 이는 허무주의가 아니다. 만물이 끝없이 흐르고 변화한다는 역동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역설적으로 오늘 하루가 더없이 소중한 것 아니겠는가. 변화하는 세상을 기꺼이 마주하며 오늘 하루도 내일 알찬 수업을 위해 알차게 공부하며 인생을 살아내 보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찾은 교실 속의 진리이자, 변화라는 파도를 즐겁게 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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