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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uka Nov 09. 2022

여행의 의미는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가는 것이라고

내가 제주에 올 때는, 어떤 전환점이나 혹은 힐링이 필요한 때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일 때는 의미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혼자 여행을 할 때는 그렇다는 의미이다.


올해, 그러니까 2022년에는 4번째 방문이다.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느낌보다는 이제는 그냥 집 밖의 동네보다 살짝 먼 곳으로 산책하듯 그렇게 드나들게 되었다.


이번에는 다이빙 리조트의 스텝으로 왔다. 한 달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왔지만, 과연 앞으로 한 달 살기가 될지,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다. 더 길어질 수도 아니면 짧아질 수도 있으니까.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러기엔 안주하지 못하는 불안이 너무나 커다란데, 가능성을 언제나 열어두는 것은 tci(기질 및 성격 검사) 지표에서도 보여주듯 자극 추구와 위험회피가 둘 다 높기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내가 원래 그런 인간이라는 뜻이겠다.


도착한 지 24시간이 막 되었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갑자기 체험다이빙 손님이 생겨서 없던 일정이 생겼고, 갑자기 마스크 줄이 끊어졌고, 머리가 풀어낼 수 없을 만큼 엉킨 덕에 갑자기 머리를 잘랐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떠나신 대장님 덕에 내일 일정이 사라졌고, 갑자기 다른 샵에 저녁을 먹으러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했다.


오늘의 키워드는 갑자기인가


갑자기 들었던 생각들 중 하나를 적자면, 그동안의 여행과는 다르게, 이번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와서 그런지 머리가 쉽사리 비어지지 않는다. 마음속의 걱정과 방황을 버리려고 왔는데, 이상하게 불안하고 혼란을 얻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행을 목적 없이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었는데 앞으로의 한 달을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오히려 속이 더부룩해져 버렸다.


버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버리는 여행이 아닌 얻어가려는 목적이 처음부터 발목을 잡았는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운 마음도 진정되지 않는 생각들도 계속해서 가지를 뻗는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로 사는 게 이렇게 힘들었던가.

저녁식사를 함께한 사람들은 그 시간을 즐길 줄 알았다. 하늘에 펼쳐진 개기월식을 감상하며, 맛있는 음식과 함께 연신 '평화롭다.'를 말했다. 선선히 부는 바람과 곤히 잠든 강아지를 옆에 두고, 캠핑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들이 말이다. 그 자리에 함께 있지만, 바삐 돌아가는 머릿속에 답답한 나와는 달랐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입맛이 썼다.


버리고 갈 수 있을까. 욕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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