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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Oct 30. 2024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표정이 밝아 보이세요. 달라지셨어요. 환하게 웃으시고."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의사는 말했다. 매번 울상일 수는 없으니 웃음지은 것뿐인데.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미소 지었다는 건, 웃었다는 건 좋은 거겠지. 의사와는 날씨얘기도 하고 아이들 얘기도 하며 웃다 울다 다시 웃다 했다. 내 웃음으로 인해 처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진료시간. 그만큼 나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약을 먹은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우울하기도,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작년엔 우울증 치료 6개월쯤 조증이 왔다. 그때 조증이 오지 않게 약을 먹었더라면, 조금 더 빨리 병에 대해 인지했으면 좋았을 걸 한다. 지금은 기분이 처지지도, 치솟지도 않게 우울과 조증을 함께 잡아주는 약을 먹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도움을 받아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은 모른다. 내 상태를. 그저 아이들에게는 웃어주려 노력할 뿐이다.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곤 한다. 엄마는 언제 웃어? 하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치를 보면서. 그럼 나는 웃는다. 아닌데?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짜웃음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 하듯이 아이들과 있으면 그래도 조금씩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면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지 하고 희망을 걸어본다. 아침저녁으로 부엌에서 몰래 약을 먹고 혼자 있을 땐 무기력에 아무런 힘없이 누워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내 의지라는 걸 안다.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힘을 내 봐야지. 조금씩 힘을 내서 집과 아이들과 남편을 돌보고 즐거운 것을 찾다 보면 약과 멀어지는 날도 올 것이다. 이젠 우울에서 벗어나 모든 날이 웃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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