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밝아 보이세요. 달라지셨어요. 환하게 웃으시고."
진료실 문을 열자마자 의사는 말했다. 매번 울상일 수는 없으니 웃음지은 것뿐인데. 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미소 지었다는 건, 웃었다는 건 좋은 거겠지. 의사와는 날씨얘기도 하고 아이들 얘기도 하며 웃다 울다 다시 웃다 했다. 내 웃음으로 인해 처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진료시간. 그만큼 나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조울증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약을 먹은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우울하기도,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작년엔 우울증 치료 6개월쯤 조증이 왔다. 그때 조증이 오지 않게 약을 먹었더라면, 조금 더 빨리 병에 대해 인지했으면 좋았을 걸 한다. 지금은 기분이 처지지도, 치솟지도 않게 우울과 조증을 함께 잡아주는 약을 먹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도움을 받아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은 모른다. 내 상태를. 그저 아이들에게는 웃어주려 노력할 뿐이다.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곤 한다. 엄마는 언제 웃어? 하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치를 보면서. 그럼 나는 웃는다. 아닌데?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짜웃음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 하듯이 아이들과 있으면 그래도 조금씩 웃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면 괜찮아지는 날이 오겠지 하고 희망을 걸어본다. 아침저녁으로 부엌에서 몰래 약을 먹고 혼자 있을 땐 무기력에 아무런 힘없이 누워있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역시 내 의지라는 걸 안다. 이제는 괜찮아져야지. 힘을 내 봐야지. 조금씩 힘을 내서 집과 아이들과 남편을 돌보고 즐거운 것을 찾다 보면 약과 멀어지는 날도 올 것이다. 이젠 우울에서 벗어나 모든 날이 웃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