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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창밖에서 텍사스를 바라보다

by 중간자 킴

미국 박사 유학을 오기 6개월 전,

나는 서울버스를 타고 가며 생각했다.


이렇게 편리하고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머나먼 땅, 텍사스에서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중교통뿐 아니라, 음식, 언어, 문화.

그리고 어릴 적 미국에서 겪었던

그 잊히지 않는 인종차별의 기억들.

나는 과연 다시 그 모든 것을 견뎌낼 수 있을까?


달리는 버스의 창밖,

유유히 걸어가는 사람들,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의 풍경들을

나는 내려놓고 떠났다.


그리고 6년.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시골 같은 작은 미국 도시에서
박사 생활을 이어왔다.


2025년, 지금.
아직도 미국의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보면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불쑥 떠오른다.

여전히 한국이 그립고,
그 시절의 삶이 아득히 그립다.


하지만 이제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낯선 나라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쉽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언젠가
이 미국의 삶조차도
그리워질 날이 오겠지.

나에게 인생에 ‘가장 좋은 순간’은 없다.
우리는 그저
‘지금’이라는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내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은 평안하기를.


앞으로 이 공간에서

6년의 박사 생활과

그 이후의 삶을

조금씩 기록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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