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결국 교수 됨
어렸을 적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그림 대회가 열렸다.
주제는 단순했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나, 학교에 대한 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라.”
그때 엄마가 물었다. “그래서 학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냥 다요. 사실 그냥 학교가 너무 좋아요.”
그러자 엄마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말했다.
“그럼 네 학교를 그려!”
그때는 그런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놀라면서도 그 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학교 전체를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어린 마음에도 그 아이디어가 참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학교를 그렸다.
몇 달 뒤,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상 받았어!”
너무 아프고 정신이 몽롱해서 ‘무슨 상? 내가 뭘 신청했더라?’ 하며 어리둥절해하자, 친구가 덧붙였다.
“그림 상! 네가 그린 학교로!”
아마 동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주제가 너무 단순해서 뽑히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상을 받았다니 놀랍고 기뻤다. 병실 안에서도 웃음이 났다. 한 달 뒤 퇴원해 학교로 돌아왔을 때, 상 받은 내 그림이 벽에 걸려 있는 걸 보고 흐뭇했다. 내가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그대로 전시된 것 같아 자랑스러웠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요즘 들어 다시금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곱씹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와서 그런가, 마음이 괜히 더 센치해진다.
오랜만에 박사학위를 받은 모교를 걸으며 생각했다.
‘아, 저기서 내가 머리 싸매고 과제했었지. 저 방에서 밤새 논문을 썼고, 저 길을 걸으며 수업하러 서둘렀었지.’
지금도 여전히 학교가 좋다. 배움이 숨 쉬는 공간, 그리고 지식에 대해 끝없이 대화하고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늘 모교를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정말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떠올리다 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의 그 기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평생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인 듯하다. 어쩔 수 없다. 학교에 대한 내 사랑은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