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시선을 벗어나서 베트남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하여
과거에는 베트남 현지화에 실패하고 철수하는 한국기업들이 꽤나 많았다. 한류의 인기가 엄청났던 나라에서 큰 대기업들까지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베트남 시장이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베트남 시장이 어렵다는 핑계 뒤로 숨기에는 한국기업 그리고 한국인들의 베트남 현지에 대한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동남아 국가들에서, 특히 베트남에서는 과거부터 한류의 인기가 엄청났다. SNS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는 그저 '메이드 인 코리아' 혹은 '한국'이라는 글자만으로 상품이 팔리거나 인기를 얻는 게 흔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사람들은 한국 꺼라고 하면 무조건 좋아해'라는 생각이 보편적인 상식처럼 한국인들 사이에 퍼졌다. 그렇게 인건비가 저렴하고 대중의 취향은 굳이 알아볼 필요도 없이 뻔하다고 생각한 수많은 사업가들은 실패를 맛보고 돌아갔다.
과거에 그랬다면 현재는 어떨까? 스마트폰과 SNS로 베트남사람들은 한국 브랜드들의 한국에서 그리고 해외에서의 인지도나 트렌드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는다. 이제는 그저 '한국'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먹히지 않는다는 건 당연해졌다. 하지만 그 편견은 이제 '한국에서 먹히면 베트남에서도 먹힐 거야.'로 발전된 듯하다.
이런 생각은 단순히 사업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모든 것까지도 한국의 기준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혹은 '한국은...'이라는 생각은 베트남의 문화와 생활을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방해가 되기 쉽다. 한번 그 한국인으로서의 기준을 리셋시키고 새롭게 베트남을 바라보는 노력을 해보면 이 나라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해외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 '아 한국만큼 살기 편하고 우리들 성격에 맞는 스피드를 갖춘 나라는 없구나'. 돈 내는 사람이 '왕'이라는 상식은 한국 밖에서는 인정받기 어렵고, 잘 산다는 선진국들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일처리와 속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1년에 사계절을 대비하며 사는 우리와 달리, 더운 나라의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여유를 품고 살 수밖에 없다. 뭐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기에 그들의 여유로움을 마냥 아름다운 것으로 포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살아가고 있거나, 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여유로움'을 받아들이는 건 필수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베트남은 과거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기다림과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해 대비한다. 약속한 상품배달이나 설치 시간에서 최소 30분 정도의 준비된 기다림, 나의 컴플레인이 항상 합당하게 사과받을 이유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제품 혹은 서비스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를 한국기준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는 이해를 갖춰야 한다.
예를 들자면 오후 방문을 약속한 설치기사가 다음날 오전에 나타나더라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당연히 비상식적인 것들까지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잣대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는 더더욱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베트남어를 굳이 애써 배우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다소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간단한 영어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곧 그 나라의 문화와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도 난 믿는다.
몇 가지 재밌는 표현들을 소개하자면, 받는 것을 유독 어려워하는 베트남사람들은 영어로 'I am shy'라고 자주 말하는데 그 이유는 베트남어로 염치가 없어 부끄럽다고 말할 때 '부끄럽다'라는 'Ngại(응아이)'를 직역했기 때문이다. 매운 땡초를 잘 씹어 먹던 나를 보곤 'Dữ!' 라고 베트남 친구가 외쳤다. '사납다, 드세다'라는 뜻이다. 그리고 '간 떨어질뻔했네'라는 말처럼 깜짝 놀랐을 때 'Hết hồn (헷혼)'이라는 '영혼이 다할뻔했다'는 뜻의 표현도 있다.
언어를 배우면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고, 삶의 반경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를 통한 스마트한 소통도 좋지만 직접 부딪혀보면서 베트남을 더 알아가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