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운전하기 첫 번째 레슨 "끼어들기"

혼돈 속의 질서를 이해하고, 타이밍 읽기!

by 반쯤 사이공니즈

베트남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들이 가득한 도로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길을 건너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베트남 도로는 오토바이로 꽉 차 있다. 베트남 17년 차인 나도 혼자서 횡단보도 없는 큰 도로를 건너는 것은 아직도 망설여질 정도이다.


하지만 혼돈 속에도

질서는 존재한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은 위험하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이 글은 오토바이 운전을 추천하는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오토바이 면허를 막 땄을 때, 겁내는 나에게 아빠는 "무리 속에 들어가서 앞사람만 잘 따라가면 어렵지 않아, 오히려 더 쉬워."라고 말해주셨다. 직접 도로 주행을 해보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밖에서 보면 쉴 틈 없이 오토바이와 차가 스쳐 지나가는 번잡한 도로로 보이지만,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운전을 해보면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쪽에 있는 오토바이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무리의 속도에 맞춰서만 간다면 물 흐르듯이 이동할 수 있다.


(오토바이를 잘 다룰 수 있다면) 베트남에서 도로 주행은 어쩌면 한국보다 난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차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차선이 많은 도로는 오토바이 전용 차도가 나눠져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차량은 안쪽으로 오토바이는 바깥쪽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스킬은

끼어들기다.

이것은 운전을 할 때도 길을 건널 때도 필수적인 스킬이다. 도로의 흐름을 읽어야 타이밍을 익힐 수 있다. 도로가 비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절대 길을 건너거나 끼어들 수 없다. (어느 정도의 '깡'도 필요하다.)


오토바이는 일정 거리 앞에 있는 장애물은 비교적 쉽게 피해 갈 수 있다. 그들이 반응할 수 있는 정도의 안전한 일정 거리를 확보하면서 천천히 움직이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길을 건널 때에는 내쪽으로 다가오는 운전자와 눈을 맞추면서 시그널을 주고받으면 된다. 베트남 사람들은 길을 건널 때 한국처럼 손을 드는 게 아니라 손을 아래로 내리고 "워, 워"하는 제스처처럼 흔든다. 대충 '내가 지나갈 테니 속도를 낮춰줘라'라는 정도의 수신호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게 한 대씩 천천히 주시하면서 한 발씩 내딛으면 된다. 한걸음만 나아갔다면 절반은 끝난 거나 같다. 그런 식으로 차분하게 느리게 한 줄씩 건너간다는 느낌으로 가면 된다. (차선은 더 조심해서 건너자! 최선은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만 건너는 거다.)

운전도 길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도로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게 아니라 사이드로 끼어는 경우도 그저 천천히 깜빡이를 켜고 주의해서 진입하면 된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오토바이들이 옆에서 꺾어져 나올 때 정차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지도 않고 바로 끼어드는 것이다. '피하는 건 너의 몫'이라는 마인드인 걸까? 워낙 이런 경우가 많아서 오토바이로 가장 바깥자리에서 달릴 때는 언제든 뭐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이러한 것을 경계하면서 흐름 속에서 일정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게 좋다. 너무 느린 것도 오히려 제쳐 지나치려는 사람이 많아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흐름을 읽어 적당한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차 운전도 그러하듯 그저 돌발적인 급정거나 급커브만 피하고 방어운전을 하면 비교적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거대한 바닷속 같은

베트남 도로

빈틈없이 오토바이가 들어 찬 출근길 한가운데에서 아지랑이를 피우며 꿈틀대는 도로를 바라보며 마치 바닷속 물고기들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닷속에서 짜 맞춘 듯 열을 맞춰 유영하는 물고기들 말이다.


오토바이를 탈 때, 차를 가장 조심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등치가 고래 같은 버스, 오토바이 차선을 거침없이 끼어들며 빠르게 질주하는 백상아리 같은 택시들을 주의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가장 위험하고 가장 많은 사고가 나는 건 컨테이너 차량인데 유조선 정도라고 비유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오토바이는 그 옆에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같기 때문이다. 베트남사람들도 컨테이너차량을 정말 무서워한다. 운전할 때 절대로 근접하게 붙거나 가로지르려고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선은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나도 운전을 하고 있긴 하지만, 처음 가는 곳이나 멀리 갈 때는 그랍을 이용한다. 그리고 지인에게도 오토바이 운전을 추천하진 않는다. 17년간 살면서 직접 겪어본 교통사고 그리고 소문으로 접한 수많은 사고소식은 정말 안타깝고 끔찍하다. 베트남의 교통이 좀 더 안전하고, 촘촘한 질서와 함께 발전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