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그 아이는 세상에 요청받지 않은 채 태어났다.
의도 없이, 계획 없이, 그냥 그렇게 생겨난 존재.
마치 문장 끝의 마침표 없이 던져진 말처럼.
스물넷, 그 아이는 오랜 침묵 끝에 자신을 존재하게 해 준 사람 중 하나를 다시 만났다. 만남이라기보단 목격에 가까운 시간이었고, 그 시간의 끝자락에
그 사람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말들과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다 결정적인 한마디를 뱉었다.
“넌 사실 실수였어.”
그 한 문장은 그 아이가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왔던 모든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부수었다.
이 세상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는 선언.
존재를 향한 가장 조용한 폭력.
그 아이는 말 대신 눈치로 자랐다.
사랑 대신 생존을 배웠고, 질문 대신 침묵을 배웠다.
도박과 술, 불규칙한 귀가,
그리고 거실을 맴도는 비현실적인 TV 소리 속에서,
그 아이는 ‘방해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연습했다.
사람들은
“그래도 부모니까”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아이에게 부모란
한 사람의 뿌리가 아니라,
늘 피해 다녀야 하는 그림자였다.
“정신이 이상하다”는 말,
“밖에서 아빠라고 부르지 마라”는 말.
그 말들이 들릴 때마다
그 아이는 자신을 축소했고,
자신의 감정을 누설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안 들키는 게, 사는 법이었으니까.
그렇게 자란 아이는,
언젠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그 아이는 이제 알고 있다.
사랑은 말보다 오래 기억되고,
말은 사랑보다 깊게 남는다는 걸.
그래서 그는
상처를 남기는 말보다,
숨을 돌릴 수 있는 말들을
고르고 골라 쓰는 어른이 되기로 했다.
지금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한다.
감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언어를 읽고,
그 언어 사이의 침묵을 해석한다.
어쩌면 그 아이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문장은 이제,
실수가 아니라
의지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