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우리 민하가 발표를 아주 잘했어요. 선생님은 민하 의견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때요?(웃음)"
영화의 한 장면이라 생각하고 떠올려 봅시다. 어째 좀 낯익은 장면이지요. 아마도 누구나 학창 시절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을 겁니다. 내가 무슨 발표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반 친구들 앞에서 저의 이름을 호명하며 칭찬해 주시는 일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잘 보이고 싶은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저를 칭찬해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저의 기분이요? 말할 것도 없었죠. 아주 하늘을 뚫어버릴 만큼 기뻤답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친구가 보고 있는 곳에서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때의 기분은요, 아마 쥐구멍부터 찾고 싶었을 겁니다. 혼자 야단맞는 것보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서 지적받는 일은 훨씬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거든요.
어른들도 똑같습니다. 특히 회사에서는요. 나의 일거수일투족, 업무 과정과 성과 하나하나가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죠. 꼭 고과까지 가지 않더라도 평화로운 회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상사 앞에서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당장 우리 팀에 커피라도 돌리고 싶어 질지 모릅니다. 다른 누군가가 나를 추켜세워 주었다는 건, 내가 스스로 자신을 빛내는 것의 몇 배의 효과가 있으니까요.
이전에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할 때의 일이었어요. 요즘은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메일로만 일해도 웬만한 일은 뚝딱 해결이 되는 시대잖아요. 저 역시 재택근무를 하며 대부분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하곤 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저와 꾸준히 소통하는 어떤 대리님이 있었어요. 주로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업무가 진척되었고, 급한 건은 전화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 회사와 우리 회사가 좀 더 큰 건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메일 '참조'란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대리님의 상사, 해당 팀의 팀장님이었어요. 그때부터 저는 전체답장으로 회신을 하며 메일 내용에 좀 더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늘 그랬듯 그 대리님의 업무 처리 방식은 항상 완벽했고,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는 회신을 할 때 종종 그분의 꼼꼼함에 감사를 표하거나 덕분에 빠르게 처리한 일에 대해 고마움을 적어 보냈습니다.
어느 날 그 대리님이 이직을 하게 되었다며 전화를 해왔습니다. 같은 회사 직원은 아니지만 오래 함께 일한 분이라 아쉬움이 컸지요. 그분 역시 그런 마음에 연락을 따로 주신 거였어요. 그러면서 하신 말씀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 팀장님하고 다른 동료들이 참조된 메일에서 저에 대해 좋게 이야기해 주셔서 늘 감사했어요. 스쳐가는 말이라도 기억에 남고, 회사에서도 일하는 데 더 힘이 나더라고요. 그 때문인가 팀에서도 좀 더 인정받는 것 같았고요. 이런 말 드리기 부끄럽지만 참 감사했습니다."
이런 말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저 역시 너무나 감사했고, 또 기뻤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내가 좋아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이나 그룹에서 공개적인 칭찬을 듣는 건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겪었던 여러 소소한 사례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여러 직원들 앞에서 우수 사원을 표창하는 일, 내 일에 도움을 준 박주임을 따로 불러 감사를 표하고 마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팀으로 찾아가 커피를 돌리며 '박주임 님 덕에 일이 잘 풀려서 감사해서요, 다 같이 맛있게 드세요!'하고 체면을 세워 주는 일. 이런 것들이 모두 나의 감사를 몇 배로 부풀려 주는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동료들을 기쁘게 해 주세요. 결국은 나에게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