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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이팀장의 또박또박 말하기

1. 다음 단어를 ‘제대로’ 읽어 보시오.


지난 챕터에서 우리는 말을 잘하려면 숨부터 잘 쉬어야 한다는 엄청난 사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예고한 대로 이번엔 그런 호흡과 발성을 가지고 '어떻게' 말을 내뱉어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1년 정도 지나면 '엄마, 맘마' 같은 애착이나 생존과 관련된 단어를 시작으로 말문을 터뜨린다.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 부모는 그것 만으로도 너무나 기쁘다. 아기의 발음은 당연히 신체 구조상 아직 엉망일 수밖에 없지만 그건 성인 기준으로 볼 때 엉망일 뿐, 아기로서는 너무나 잘 발음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아마도 신체의 발달이 거의 다 이루어진 성인(또는 청소년)일 것이다. 특히 혀의 길이나 치아 등 조음기관이 거의 다 갖춰졌을 거라 예상한다. 그렇다면 잘 오셨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따라올 수 있다.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좋은 발음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가 보자. 다음 단어를 한 번 같이 읽어보자.


우리나라

선생님     


어떤가, 너무 쉽지 않나. 그렇다면 다시 한번 좀 더 '신경 써서 잘' 읽어보자. 이걸 읽어보라고 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입과 턱을 벌리면서 발음을 하는지, 얼굴 근육을 얼마나 잘 쓰면서 말을 하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마치 복화술을 하듯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말을 하는 데에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려는 듯하다. 한 달 과정의 기업 스피치 교육과정 중 있었던 일이다. 과정이 절반 이상 진행이 된 상태에서 임원 한 분이 바쁜 일정으로 어느 날 참석하지 못하셨다. 그러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이른바 뉴페이스 직원 한 분이 새로 들어왔다. 스피치 강의를 거의 처음 듣는 사람이 갑자기 중간에 투입이 된 상황이었다. 다행히 타고난 목소리가 좋은 분이라, 기본적인 발음이나 호감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다만 기본기 확인을 위해 실시한 간단한 테스트에서 그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입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엄밀히 말하자면 얼굴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표정 또한 일관된 무표정이어서 말하는 내내 로봇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타고난 좋은 목소리가 오히려 묻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더군다나 여러 차례 교육을 받아 어느 정도 물이 오른 다른 수강생들과 비교되어, 스피치 교육 수강 유무가 눈에 확 띄는 상황이었다. 그날 수업 내내 나는 한 가지 조언을 반복해 드렸다. 하나는 입과 턱을 크게, 많이 벌리고 사용할 것. 단순히 입을 많이 벌리는 게 아닌 입 '안'의 공간을 넓힐 것. 또 하나는 얼굴 근육을 모두 사용해 미소 띤 표정으로 말하는 연습을 할 것.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말투와 억양이 단조로워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다만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고치기는 쉽지 않으니, 일회성 수업으로서 가장 큰 효과를 위해 앞의 두 가지를 특히 강조해 코칭해 드렸다. 물론 일부러 다른 사람이 멀리서 보고 못 알아듣게 하기 위해 복화술을 써야 할 때도 아주 가끔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사실 매우 드물다. 대개 그런 경우는 그냥 습관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의 경우 발음이 좋을 확률은 매우 낮다. 우리 한글 자체가 입술을 움직이며 입과 턱을 확실히 움직이며 발음해야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그렇다. 크게 크게 얼굴 전체를 활용해 보자.


또 하나는 '선생님'을 읽을 때 받침에 얼마나 유의해서 말하는지 느껴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이 '성생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빨리 말해야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받침이 뭉개지거나 후루룩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법을 알면서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틀리는 것과 아예 모르고 틀리는 것은 또 다르다. 그래서 좀 더 '신경 써서 잘' 읽어보라고 주문해 보았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을 하는 래퍼들을 떠올려 보자.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가사를 읊조리는데도 귀에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그게 래퍼의 실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속사포 랩'으로 유명해진 래퍼 '아웃사이더'는 1초에 17음절까지 랩을 하기도 한다는데, 최대한 전달력이 좋게 하기 위해 발음 연습을 혹독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래퍼들의 발음은 꽤 정확한 편이지만 너무 빨라서, 일반인의 귀에는 가사를 봐야 겨우 들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인 박은빈 배우도 발음 좋기로 유명하다. 요즘 OTT 플랫폼들은 대부분의 영상에 자막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은빈 배우의 연기를 볼 때는 자막이 필요가 없었다. 귀에 쏙쏙 꽂히는 또렷한 발성과 발음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를 연기하며 재판 장면에선 쉼표 하나 없는 긴 대사를 명확한 발음으로 소화했다. 그러면서 감정까지 풍부하게 담은 연기라니. 대단하다.


출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공식 홈페이지


2. 발음이 정확하면 좋은 점


이쯤 돼서 드는 생각. ‘말을 잘하면 좋긴 하겠지만, 우리가 방송인도 아닌데 발음 하나하나까지 그렇게 신경 써야 할까?‘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거 대강 해도 말하는 '느낌'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말이다. 결론부터 답하자면 '그렇다'. 신경 써야 한다. 말 잘하는 연습을 위해 우리는 발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연습해야 하고, 그 결과 다음 3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음을 잘해야 하는 이유

1. 발음이 좋으면 상대방에게 똑 부러지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박또박 딕션이 좋은 사람을 보면 어떤가, 야무져 보이고 똑똑해 보이기까지 한다. 말의 내용에도 신뢰감이 더해진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웅얼거리며 대충 말하는 사람과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까.

2. 발음이 명확하면 작은 목소리로 말하더라도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카페에 가서 마스크를 끼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아메리카노요'라고 외치더라도 또렷하게만 말한다면 한 번에 쉽게 전달할 수 있다.

3. 또렷한 내 발음에 매료된 사람들이 나에게 신뢰감을 갖는 만큼, 나의 자신감도 쑥 올라간다. 스스로도 만족스럽다.

                           

이 정도 이유라면 생각보다 괜찮지 않나. 몇 마디 나눠보면 왠지 똑똑해 보이는 사람들의 비결 중 하나를 알아냈으니, 이제 여러분이 그렇게 될 차례다.

이유는 충분하니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발음 교정은 생각보다 쉽다. 말하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 중 억양이나 호흡, 발성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부분이 바로 발음이다. 다음 4가지 팁을 기억하고 따라 하면 된다.


발음이 좋아지는 4가지 TIP

1. 모음으로만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문장에서 자음을 빼고 모음으로만 읽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발음이 안 좋다고 하면 보통 자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시옷발음이 안 돼서, 내가 리을 발음이 약해' 등등. 하지만 좋은 발음을 위한 치트키는 모음에 있다. 입술을 앞으로 위로 옆으로 쭉쭉 움직이며 시원하게 발음할 때 비로소 발음이 좋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모음으로만 읽는 방법은, 예를 들어 <발음이 좋아지는 네 가지 팁>이라고 한다면 <아으이 오아이으 에아이 이>라고 연습하는 것이다. 긴 문장 또는 한 문단씩 그렇게 연습해 봐도 좋다. 입과 턱을 크게 크게 벌리며 읽자.

2. ‘ㄴ, ㄷ’ 발음에 유의하자.
니은과 디귿 발음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발음으로 꼽히는 자음이다. 혀 끝이 앞니에 닿거나 이 사이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입천장 앞니 뒷부분에 혀 끝을 붙이는 연습을 하면 좋다. "안녕? 창문 닫았니?"와 같은 문장으로 연습해 보면 도움이 된다.

3. 거센소리는 거세게 발음한다.
'ㅅ, ㅋ, ㅌ, ㅍ, ㅊ, ㅎ'은 [스, 크, 트, 프, 츠, 흐]라고 소리를 내는데, 이 자음들은 발음할 때 바람이 나와야 한다. 'ㅡ'나 'ㅏ' 모음을 붙여서 연습하면 좋다. 스크트프츠흐, 사카타파차하. 입 앞에 손바닥을 대고 발음할 때 손에 바람이 느껴져야 한다.

4. 히읗(ㅎ) 음가를 살려 발음한다.
가장 중요한 팁이다. 평소 말을 하거나 나가서 발표를 할 때 등 모든 경우의 말하기에서 아주 중요하다. 히읗 소리만 확실하게 소리 내줘도 발음이 아주 좋아 보인다. 명료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근사안 목쏘리로 매력쩌그로 마라기 한 거름>이라고 하는 대신, <근사한 목쏘리로 매력쩌그로 말하기 한 거름>이라고 해보자. 어떤가,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발음, 바로 효과 볼 수 있는 꿀팁

1. 입 안과 턱을 크게 벌리고 발음한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입 안의 공명을 이용해 맑고 또렷한 소리를 내보자.

2. 목소리를 2미터 앞의 사람에게 전한다 생각하자.
내 소리를 2미터 앞으로 보낸다 생각하며 발음 한 땀 한 땀 씹어서 뱉어 보자. 이 방법은 복식호흡 발성 연습 때도 좋은 팁으로 쓰인다. 

3. 발성 연습과 발음 연습을 함께하자.
복식호흡 발성 연습으로 짧은 스타카토 호흡 연습을 할 때 발음 연습도 함께 가능하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부터 <하, 햐, 허, 혀, 호, 효, 후, 휴, 흐, 히>까지 한 글자 당 2초씩 읊어보자. 한 글자를 말하기 전 '하-'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배에 숨을 꽉 채우는 것, 잊지 말자.

4. 한글발음표로 연습하자.
기역부터 히읗까지 자음의 발음을 완벽하게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시옷'인지 '시읏'인지, 7종성*이라 불리는 받침은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등 한글발음표를 뜯어보는 것도 좋다.



*된소리까지 총 19개의 자음 중 단 7종류의 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이 음절 종성(받침)으로 소리 날 수 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 어문 규범 제2부>제5장>제19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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