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관계는 없다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책장에 꽂힌 책들 중 눈에 띄는 제목.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비밀>


아.. 과연 상처받지 않는 관계라는 게 있을까? 있을 거야, 없지는 않겠지. 한 번도 싸우지 않는 친구 관계도 있고, 심지어 부부인데도 싸우지 않고 10년을 지낸 분들도 있는데.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Screenshot 2023-11-17 at 00.12.37.JPG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며 내 손은 이미 그 책을 집어 들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언제나 관심 있던 키워드, 바로 '관계'였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가고, 웬만한 사람들은 접해볼 만큼 접해봤기에 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지만 어릴 적엔 그렇지 않았다. 조금은 음흉한 둘째였던 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시시콜콜한 일들을 엄마에게 모두 얘기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혼자 마음고생하는 때가 종종 생겼다. 친했던 친구와 싸워서 너무 힘든데 집에선 티를 내긴 싫고, 학교 가선 힘들고.. 뭐든 감정을 발산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과는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외로움과 힘든 시간이 덜어졌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한 사춘기 시절이었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가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귀 기울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곧바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결혼 후 둘째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하며 집에만 있던 시절, 이유도 모르고 친구에게 손절당했다. 사춘기 시절에도 한번 나에게 상처를 준 적 있는 친구. 어른이 되어 우연히 다른 친구들에 섞여 인연이 이어졌지만 어릴 적 끊어졌던 사건에 대해 서로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렸고, 언젠가 이야기를 꺼내봐야지 싶었지만 너무나 밝게 애정을 표하는 그 친구 앞에 서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넘겨버린 게 화근이었을까... 두 번째 끊어짐 역시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가 왜 그랬을지 여러 면으로 짐작이 간다. 철없고 솔직했던 나에 비해 장녀인 그 친구는 웃는 모습 뒤 말하지 않는 어두운 면이 있었다. 만나면서도 조금 이상했지만 웃는 앞모습을 보면 자꾸 그냥 묻어두고, 넘기게 됐다. 그러다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나는 그 애의 삶에서 정리되었다.


아주 여러 가지로 이유가 있을 거라 훗날 내 나름 퍼즐조각을 맞춰 정리가 되었지만, 여기서 뭐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저 그 애와 나의 관계는 거기까지였구나, 다시 이어지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어져서 결국은 그랬구나 싶다.


출산한 직후라 한창 예민하고 힘들었던 그때, 매일같이 연락하고 지내던 친구와의 그런 일로 난 거의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맘카페에 드나들며 '관계'에 대해 검색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인간관계, 친구 관계, 관계 고민 등등.. 글을 올렸다가 삭제해보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었다.


한동안 그 친구가 사는 동네 쪽으로만 지나가도 마음속 무언가가 '쿵' 소리를 내며 눈물샘을 건드렸다. 영문 모르는 남편이 그 친구 이름을 꺼내기만 해도 울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그렇게 힘든 관계를 왜 아쉬워한 걸까. 10년쯤 지난 지금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


얼마 후 그 애를 동네 소아과에서 만났다. 우연히. 친정엄마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갔었는데, 우리를 본 그 애는 너무나 살갑게 인사를 했다. 당황할 새도 없이 나도 웃으며 인사했고, 심지어 그 친구는 나의 엄마에게도 잘 지내셨냐며 밝게 인사를 했다. 당연히 그 자리가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이게 어른들의 관계구나, 싶었다. 아 물론 그 전과 이후, 나에게 그런 관계가 또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 친구가.. 그런 관계를 만든 거였다.


한동안 문제를 나에게서 찾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이상한가, 곱씹고 또 곱씹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존감만 낮아질 뿐,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참 잘 지낸다. 좋은 친구들과, 지인들과, 가족들과. 싫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아이들 키우고 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행복하다. 때론 힘도 들지만.


비 내리는 수능시험일, 형님 누님들 시험 보는데 학교 안 간다고 신난 아이들 읽힐 책 좀 빌리러 나섰던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후루룩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심리상담사 저자님의 실제 상담 사례를 웹툰으로 보여주고, 편안한 말투로 상냥하게 처방전을 내려준다. 사례들을 보면서 비슷했던 내 고민들이 떠올랐다.


바로 정리해 녹음하고 영상을 만들고, 내 채널에 올렸다. 여러 에피소드 중 최근 몇 년 간 사회적 화두가 된 '가스라이팅'에 대한 챕터를 소개했다. 예전엔 이런 단어조차 생경했는데, 이젠 이렇게 친절한 책이 처방전을 내려준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적은 없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도 가스라이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궁금해졌고, 알고 싶었다. 나는 그러면 안 되니까. 조심해야 하니까. 이 책에서 역시, 가스라이팅 피해자만이 아닌, 내가 가해자는 아닐지도 짚어봐야 한다고 날카롭게 조언하고 있다. 더불어 나는 앞으로 평생 남친으로 남을 남편과의 관계 역시 쭉 좋아야 하기에, 심리학에서 한창 유행인 이 내용을 잘 읽어보게 되었다.


https://youtu.be/7vLKZBu9Iu4?si=zwpGzvJDkKI103JA



결국, 상처받지 않는 관계는 없다고 본다. 다만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또 이렇게 추천해 본다.


세상 모든 문제는 다 똑같다. 읽고, 쓰고, 사유하는 것. 그렇게 해결해 보길 권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향인도 외향인도 아닌 중간인입니다